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남북관계가 먹구름에 휩싸인 채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카드로 종전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띄워 보았지만 분위기 개선은커녕 오히려 해묵은 갈등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북미관계 역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인해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역사왜곡에 골몰하고 있고 중국은 미사일 도발과 관계없이 북한과의 물자교류를 재개했다. 국제정세의 혼란과 중국의 지원에 힘을 얻은 북한은 도발의 강도를 높이며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고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강행할 태세다.

 

·중 전략경쟁과 러시아 횡포

 

그렇게 되면 미국은 또 유엔이나 자국의 힘을 이용한 새로운 대북제재를 모색할 것이고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축으로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억제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반도는 또다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비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세계는 지금 미·중 전략경쟁의 소용돌이와 러시아의 횡포에 휩싸여 있다. 그 누구도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시아의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대만,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미일 등이 대립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서방 세력이 격돌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지역 분쟁이 줄어들지 않고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일본, 북한과 미국이 돌파구 없는 지난(持難)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갈등과 분쟁은 갈수록 쌓여 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중심세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강대국들은 복잡한 국제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도 존재감 없는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혼돈의 시대다.

한반도는 겉으론 평온한 것 같지만 속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광복 80여년이 되어가지만 분단 대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선거가 중첩되다 보니 남남갈등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국제사회가 30년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일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이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돼 있다. 한국도 이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해 핵심 방위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북핵은 한반도 분단체제가 낳은 대립의 산물이다. 그러기에 북한의 핵만 없앤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는 없다. 그 근원(根源)인 남북대립의 분단구조가 종식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는 한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남북 모두 안보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고비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해법은 하나다. 이 고비용 저효율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반드시 혁파해야만 한다. 70년 묵은 비정상적 정전체제를 마감해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가 열린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국력과 군사력 모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젠 정부도 국민의 의식도 이에 걸맞는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20세기의 잔재인 박제된 이념 갈등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미래지향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내적으로는 국민통합과 협력정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외적으로는 선진국가의 위상에 맞는 새로운 한국형 모델의 세계외교, 세계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다.

 

국익 우선 최고 가치 정립돼야

 

한국은 미중 갈등, 일 갈등에다 미러 갈등이라는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다. 동맹에만 매달리는 강대국 논리에 의한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전략적 목표를 바탕으로 한 능동적, 실용적 외교의 길을 열어야 한다. ·중 경쟁 구도 속에 매몰된 양자택일의 관점에서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할 것이다. 국제외교에서 우리의 대응 기준은 오로지 국익 우선과 한반도 분단 대립 해소가 최고 가치로 정립돼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남북관계의 정상화다. 한반도 문제는 국제문제 이전에 국내문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애당초 접근방법과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른 국가들에게 기대어 해결하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남북의 신뢰가 구축되면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북한도 더 늦기 전에 관점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남북교류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화를 단절시키고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행위다. 남북 모두 새로운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한반도 분단 대립 해소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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