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이 빠르게 북상(北上) 중이다. 완연한 봄이다. 화신(花信)을 알리는 전령사는 적잖다. 복수초(福壽草)와 매화, 산수유,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땅엔 화사한 햇살 아래 봄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백화난만!

봄 향기를 말하고 보니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떠오른다. 향기로운 꽃내음은 백 리를 가고, 좋은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인품이 훌륭한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남녘의 화신(花信)은 급히 상경, 서울 도심의 잿빛 아파트에도 이르렀다. 산수유와 목련이 크고 흰 꽃송이를 주렁주렁 매달았고, 머잖아 벚꽃,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의 금수강산이 펼쳐지리라.

화사한 꽃잎은 손이 없어도 흔들어 대는 바람의 위력 앞에 낙화유수 꽃비가 되고 만다. 하지만 설렘과 부푼 꿈의 봄인가 싶으면 금세 가고 마는 봄, , 봄이다. 그래서 봄은 아쉬움과 추억이 진하게 남는 계절이다. ‘동심초(冬心草)’를 읊조려 보자. 김소월의 스승 김억 시인이 번역한 김성태 작곡의 노래다. 중국 당나라 때 여류시인으로서 백거이 등과 교류했던 설도(薛濤)춘망사(春望詞)’라는 시에 닿게 된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風花日將老)/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佳期猶渺渺)./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不結同心人)/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空結同心草).”

하염없이 봄꽃 흐드러진 숲 속에서 바장이고 싶은 마음의 갈망 호흡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보고 싶은 임을 향한 헌사다.

송나라 때 이청조(李淸照)의 시 우성(偶成)’에서도 비장미가 묻어난다. “십오 년 전 달빛 어린 꽃 아래서(十五年前花月底)/ 함께 그 꽃 보며 시도 지었었지(相從曾賦賞花詩)/ 그 꽃 그 달 옛날 그대로이건만(今看花月渾相似)/ 이내 마음 어찌 옛적 같을 수 있으랴(安得情懷似往時).”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꽃 가운데 우리 한민족의 가슴에 새겨진 꽃은 단연 무궁화(無窮花). 이웃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로 불렀고 우리 스스로 근화향(槿花鄕근원(槿原근역(槿域)이라 지칭했다.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薰華草)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國有薰華草 朝生模死).”는 구절이 나온다. ‘훈화초는 무궁화를 일컫는다. 개화기 갑오개혁 이후 남궁억 등은 민족 자긍심을 고취키 위해 국화(國花)’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때 무궁화를 국화로 하자고 결의하게 된다.

여하튼 인생이란 참으로 짧다. “산다는 건 커다란 꿈과 같거니, 어찌 바둥바둥 살랴(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라고 관조했던 이태백의 회한이 새삼 느껍게 다가오는 봄날이다. 그래도 봄은 설레임이요 희망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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