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명 군주라는 평가를 받는 정조는 당쟁이 아닌 협치를 강조했다. 바로 포용력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천지가 위대한 까닭은 다름 아니라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싣지 않는 게 없기 때문이니, ‘무소불포 무소부재(無所不包 無所不載)’ 이 여덟 글자는 임금의 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민주주의는 원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립적인 정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정권 교체가 됐건만 정쟁의 연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첫 만남을 갖는다고 하니 협치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그동안 갈등 근저에는 59일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둔 시한부 정권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전방위로 전개하더니 급기야 23일엔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데서 보여주었듯 대화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차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도 갈등 증폭 개연성이 짙다. '국민과 소통’ ‘안보 위험등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어 신구 정권 간 심격천산(心隔千山), 1000개의 산에 가로막혀 있는 듯 하다.

껍데기는 가라고 다시 되뇌어 본다. 영국의 작가 T 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토종 시인 신동엽은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희망 상실에 대한 절규다. 절망 목도다.

이런 현실에서 서민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절박한 상황들이 오늘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시 구변(九變)’에서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의식주에서 비롯되고 의식주로 귀결된다. () 백성이 살고 국가가 승리하는 것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人情動變歸衣食 民生國勝無相違)”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공동체 존립을 위한 동력을 잃는 법이다. 이런 사회에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 저항이 증폭된다. 지니간 역사에서 교훈을 되새길 때다.

그럼 위정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맹자는 설파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도 방법이 있으니,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민심은 돌아오게 된다(得其心 有道 所欲 與之聚之 所惡 勿施爾也 民歸也).”

봄날, 황무지를 뚫고 나오는 씨앗의 여린 순이 곱다. 민초의 맑은 마음 같다. 금세 드러날 정상배의 탁한 위선과 대비된다. 다시, 읊는다. 껍데기는 가라. 이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