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칼럼니스트
시인, 칼럼니스트

 

세상사 사람에 달려 있다사람이 가치를 창출한다사람이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고 미래를 이끌어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허름한 건물 계단을 유모차 한 대가 힘겹게 오르고 있다. 유모차 안엔 대여섯 살쯤 보이는 어린아이가 타고 있다. 동생을 태운 열 살 배기 형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우리 형 힘세죠?” 동생은 든든한 형의 뒷배가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가 만연한 세상이지만 한 핏줄로 태어난 형제자매는 이렇듯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된다.

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같은 계몽적 카피는 인구정책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6·25전쟁 이후 가난을 이유로 출산을 억제했을 당시 정부의 고민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능력을 인정해 주는 대상이 필요하고 그러한 조건들이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형의 희생이 무모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길을 열고 닫는 일 또한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해도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세계적 기업도 뿌리를 지탱하는 힘은 큰 공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재인 것이다.

한데 인구 대재앙이 시작됐다.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 2020년 기준 0.84)도 코로나 영향을 반영해 오는 20250.52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이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4년에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불과 4년 뒤 남녀 4명이 평생 아이 1명을 간신히 낳을 정도로 저출산이 고착화 되는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이 별무효과라는 사실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정부가 저 출산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2253000억원에 이른다. 2005년 저 출산 대책 마련 당시 합계출산율은 1.07명이었다. 이 합계출산율은 매년 하락하더니 20171.05, 20190.92, 2020년 상반기엔 0.84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이쯤 되면 225조원이나 퍼부은 천문학적 세금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고 이미 5년 전 예측한 바 있다. 2750년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안 남게 된다는 것이다. ‘낳기만 해라. 나라가 다 먹이고, 가르치고, 키워준다는 식의 정부의 정책 전환이 중요하다. “결혼은 축복, 출산은 애국같은 헤드라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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