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친교(不必親校). ‘최고지도자가 모든 일을 챙겨선 안 된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이 공자를 환대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는 도리를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2500여년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각자가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정명(正名)사상이다. 그렇다. 맡은 바 직위·직책에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게 크고 작은 조직이 잘 굴러가는 지름길이다. 지도자를 도와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 발탁이 중요한 이유이다. 전제가 있다. 먼저 인사권자는 주변 사람 중에서만 인재를 고르려는 생각을 버리고 전국 각지를 망라해 널리 찾고 신중하게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정파, 지연, 학연, 종교연 등을 벗어나서 사람을 써야 한다.

충성심 뛰어난 자기 사람을 심겠다고 무리하지 말라는 충언은 적지 않다. “큰일을 이루고자 하는 지도자에겐 반드시 어려운 신하가 있다(將大有爲之君 必有所不召之臣)”고 밝힌 맹자의 말이 뒷받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사가 새 정부가 성공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다. 문재인 정부의 질곡에는 지나친 코드인사, 불통인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새 대통령은 진영, 계층, 지역, 세대, 젠더, 지방과 수도권의 갈등을 녹여내는 대탕평의 인재 발탁을 추진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국민은 인사라는 렌즈를 통해 새 정부의 지향점과 포용력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여론과 민심에 귀를 열고 듣기에 힘써야 한다. 그렇다. 성공한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즐겨 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덕목 중 하나인 경청은 리더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의 마음을 열어 말하게끔 유도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바는 듣기에 쓴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묵자에 이르길 임금에게는 반드시 뜻을 거슬러 바른 말하는 신하가 있어야 한다(君必有弗弗之臣)”고 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은 중병(重病)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원점에서부터 재구축해야 한다. 내각 인선 기준의 과감한 쇄신이 요구된다. 능력과 성실함, 도덕성에 기준으로 인사를 함으로써 대통령이 만사 다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을 경계토록 해야 한다. 내각에 힘이 실려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캠프 출신 등 측근 위주 낙하산을 경계해야 한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혼자만 차지해선 안 되며 여러 사람에게 나눠 줘야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자리를 보전하며 발전할 수 있다.(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주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