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전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202239일 국민은 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접전 끝에 국민은 48.6 퍼센트 대 47.8 퍼센트로 야당 후보의 손을 들어 줬다. 비호감과 네거티브로 얼룩진 이번 대선은 대장동 사태에서부터 배우자 비리 의혹까지 불거져 치열한 상호비방의 난타전과 캠프 내 불협화음 등으로 점철됐다. 역대 가장 혼란스러웠던 대선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승자든 패자든 득표 차이가 크든 작든 간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때 묻지 않은 정치신인에 기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로서 국민의 부름을 받고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게 됐다. 첫 정치신인 대통령으로서 산적한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표심을 정확히 읽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실 득표율이 과반수 정권교체 여론에 미치지 못한 것과 초박빙의 승부가 주는 의미를 심각하게 평가해야 한다. 국민은 화합과 협치의 메시지를 당선인에게 보내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국민을 분열시킨 진영정치의 폐단을 종식하라는 것이다. 국민 통합을 위한 협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었지만 역시 철저히 실패했다. 국민은 정치신인에 의한 새 정부에게 또다시 희망을 걸어보고 있다.

3·9대선의 또 다른 표심은 기존의 지역 및 이념 갈등에 덧붙여 세대와 성별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MZ세대와 기성세대, ‘이대남·이대녀의 표심 격차는 단순한 사회현상에서 복잡한 정치현상으로 부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지역과 이념 갈등에 세대와 양성 갈등을 주요 쟁점으로 부과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적 균열구조를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경험을 고려하면 새로운 갈등구조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합적인 사회 균열구조를 정치적으로 갈라치기보다는 다원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의 “2 퍼센트를 계층갈등의 대상으로 희생양을 만들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새 대통령이 당면한 국정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동안의 국민적 분열과 분노, 대역병과 경제 침체,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해결하는 과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정치신인 대통령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의 부름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채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 정실인사나 코드인사로부터 벗어나 개혁적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자신의 공약대로 청와대 중심 정치를 버리고 전문 능력 중심의 자율적 국정운영을 기획해야 한다. 만기친람의 제왕적 대통령 시대는 끝났다. 각 부처의 책임 장관제를 실현하고 사회와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수임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 비전과 철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의 부당성에 도전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카리스마는 확보했지만 국가 비전과 국정운영 원칙에 대한 천명이 아직 불충분하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시대정신일 뿐이고 이를 통해서 어떠한 나라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가 비전은 임기 5년 동안의 청사진뿐만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희망이 이어야 한다. 그러한 희망의 초석이 정권교체를 통해서 임기 동안 다져진다는 기대를 국민에게 심어야 국민은 새 정부를 강하게 지지하게 될 것이고 여소야대의 국회 구조를 극복하는 길이다.

 

소통·협치 통합의 리더십 발휘

 

국가 비전은 당면한 문제 분석에 대한 대안 제시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 대역병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 장기 저성장 침체로부터 극복하는 나라, 부패와 불공정으로부터 해방되는 나라, 세계로 뻗어가는 문화의 나라 등이 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시대 과제가 해결된 상태가 국가 비전일 것이며, 국가 비전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할수록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 비전을 현실화하는 전략 또는 주요 정책이 분야별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형성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임무가 막중한 이유다.

대북관계와 국제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국내정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중 갈등관계는 장기적으로 국제정치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북한은 선거 기간 중에도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한국의 안보와 국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통한 연성권력(soft power)의 확장에도 노력해야 한다.

20대 대통령만큼은 갈등과 배제의 정치를 극복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협치하는 통합의 리더십,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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