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때 위조여권으로 아프가니스탄 탈출, 난민 캠프에서 처음 축구 접해

나디아 나딤. (사진=나디아 나딤 인스타그램)

2019년부터 2년간 프랑스 프로축구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 여자 축구팀으로 뛰었던 '에이스' 공격수가 최근 미국 여자 프로축구 리그로 돌아가면서 그의 삶이 주목받고 있다.

BBC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에서 PSG 여자팀 10번을 달고 스타덤에 올랐던 나디아 나딤(33)의 삶을 조명했다.

나디아 나딤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헤라트 지방 출신이다. 이곳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교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실상 전쟁 지역이다.

나딤의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육군 장교로 복무했지만 지난 2000년 탈레반에 의해 처형당했다.

아버지 없이 6명의 여자만 남은 나딤의 가족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위조된 여권을 이용해 트럭을 타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다. 나딤의 나이 12세 때의 일이다.

그녀와 가족들은 이후 파키스탄, 이탈리아, 영국을 거쳐갔고 최종적으로 덴마크 난민 캠프로 피신하게 된다.

그녀는 12살에 처음으로 난민 캠프에서 공을 차봤다. 뒤늦게 축구를 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하고 빠르게 익혔다.

그녀는 덴마크에 정착한 후 덴마크 올보르에서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나딤은 2008년에 덴마크 시민권을 부여받았지만 18세가 된 이후에 5년 동안 덴마크에 거주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국제 축구 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덴마크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었다.

FIFA는 덴마크 축구 협회의 요청에 따라 나딤에 대해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난민 축구선수 나딤은 우려곡절 끝에 덴마크 여자 축구팀에 귀화한 첫 선수가 됐다.

그는 난민인 자신을 받아준 제 2의 조국 덴마크 대표팀에서 총 98경기에 나서 38득점을 기록 중이다.

나딤은 지난 2014년 미국 여자축구 1부리그 NWSL 뉴저지 스카이블루에서 2년간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이어 NWSL 오리건 포틀랜드로 이적했고, 지난 2018년 EPL 명문 맨시티 위민 공격수로 활약했다.

이후 나딤은 2019년 1월 프랑스 여자 축구 1부리그 소속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했고 팀이 창단 이래로 프랑스 여자 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나딤은 최근 미국 NWSL 리그로 다시 돌아갔다. 올해 새롭게 리그에 참여한 신생팀인 켄터키 '레이싱 루이빌' 여자 축구팀으로 이적했다. 나딤은 지난달 25일(현시지간) 데뷰전을 치렀다.

나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캠프에서 스포츠는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스포츠는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미래를 꿈꿀 기회이기도 했다"고 소회했다.

또한 "축구는 나에게 삶의 모든 것을 가르쳐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녀는 덴마크어, 영어, 독일어 등 9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덴마크 의과대학을 다녔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축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다. 항상 다른 무언가를 해 보고 싶었다. 공부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재건 외과의가 되어 자동차 사고나 폭탄 테러 후 얼굴이나 팔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나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희망이 없는 사람을 돕는 것의 가치를 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하며 걷는다. 내 인생에서 주어진 모든 도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이 도움을 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폭탄 테러로)누군가의 얼굴은 날아갈 수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신분을 일부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나딤이 의사가 되려는 이유다.

지난 2017년부터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 과정을 밟아온 나딤은 올 연말 졸업을 앞두고 있다. NWSL 레이싱 루이빌과의 계약은 2023년까지다.

나딤은 또 꾸준히 스포츠에서의 성평등 증진을 위한 노력과 난민을 위한 일을 해왔다.

이에 나딤은 2017년 덴마크 올해의 인물, 2018년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0위에 선정된 바 있다.

PSG의 우승을 일궈내고 미국으로 건너간 나딤이 신생팀에서의 활약과 자신이 목표한 의사로의 변신까지 다 성공시킬 수 있을지 그의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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