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로 선거구 획정도 올스톱

[코리아데일리 이수돈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26일로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테러방지법 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모든 본회의 의사일정이 가로막혔다.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양당이 이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처리 문제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박영수)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20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하며, 국회로 '공'을 넘기 못했다.

획정위는 국회로부터 획정기준안이 송부된 23일부터 나흘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지만, 피로 누적을 이유로 오는 27일 오후 2시 다시 전체회의를 개의하기로 했다.

획정위는 현재 통·폐합 및 분구 지역을 비롯해 경계 조정이 필요한 쟁점 지역 등을 둘러싸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총 10석이 늘어나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서와 경기 수원, 고양의 경계 조정을 둘러싼 여야 획정위원간 입장차가 커 여야 대리전 성격마저 띄고 있다.

▲ 사진=NEWS1

그러나 획정위 내부적으로는 필리버스터로 국회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황에서 획정안을 무리하게 의결하더라도 당장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필리버스터 정국이 해소돼야 선거구 획정의 실마리도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를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여전히 평행선이다.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권의 발동 요건을 강화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한 때 여야 대치 상황의 해법으로 거론됐지만, 이마저도 여당이 단호히 반대하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야당은 오히려 정 의장의 중재안에 수용 입장을 밝히며 필리버스터 중단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대테러기구를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저희의 안이지만 국정원에서 하는 것도 용인하겠다"며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받고, 몇가지만 더 여당과 정리하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나, 2+2 지도부 회담 등을 잇따라 먼저 제의하며 여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여당은 "야당이 필리버스터 퇴로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직권상정된 현재 안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장이 직권상정한 내용은 이미 우리 당이 더민주의 주장과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법안"이라며 "필리버스터 중단과 북한인권법 및 무쟁점법안의 처리가 협상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야 협상 마저 중단된 채, 2월 임시국회는 양당이 제시한 선거법 마지노선인 오는 29일 본회의를 남겨 두게 됐다.

다만, 29일을 앞두고 여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여야로서는 29일 또 다시 선거구 획정을 연기시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필리버스터 선(先) 중단을 조건으로 테러방지법 조정을 주말 사이 재차 시도할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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