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헛발질에 국민들 또 “어이없다”며 한숨

양쪽 수뇌부 반드시 책임물어야
숱한 의혹들...진상조사 통해 국민들 의심 풀어줘야
유씨 ‘공소권 없음’ 처분 동결자산 추징 물거품될 판
끝까지 한 푼이라도 환수하고 두 아들은 꼭 잡아야한다

▲ 박 인 환(본사 대표)

유병언 씨의 사체가 발견된 건 무려 40일 전이다. 초동 수사도 부실했고 검찰과 경찰 사이의 정보 교류는 수사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한심한 수준이었던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 모두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유씨의 시신임을 암시하는 여러 유류품이 함께 발견됐고,사체가 있던 장소는 집중 수색이 펼쳐진 순천 별장 근처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국과수에서 날아온 '유병언 DNA와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기 전까진 유씨 사체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또,당시 변사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조차도 유씨와의 관련성을 놓쳐버려,단순한 노숙인의 변사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유씨 사망과 관련, "외견상 타살 혐의가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유씨가 오랜 도피생활에 지쳐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일단 높아 보이지만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씨가 고령이고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지난 5월 25일 송치재에서 검·경에 쫓기다 체력이 고갈됐고 비까지 맞으며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시신 옆에서 발견된 빈 소주병 2개와 빈 막걸리병 1개에 주목하고 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유씨가 도주로 인한 스트레스로 술을 입에 댔고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인 유씨가 저혈당 쇼크를 일으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치재 별장에서 도주하면서 일행과 흩어져 숲 속에서 노숙하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자연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오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유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적지 않다. 유씨는 수억원 이상의 도피자금을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견 당시 시신에서는 1만원권 지폐 한 장 발견되지 않았다. 구원파 교주로서 마지막 순간에 유서 한 장 없이 초라한 죽음을 택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지난 2개월간 유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유씨를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된 검찰은 향후 정부의 구상권 행사를 위한 유씨 책임재산 확보와 자녀 및 측근 수사·재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범죄금액은 2398억원에 달한다.

당초 유씨의 범죄수익을 추징 형식으로 환수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유씨 사망으로 물거품이 됐다. 범죄수익 추징은 살아 있는 유씨가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추징 대신 민사상 가압류를 통해 유씨 재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형사상 추징보전 명령을 한 유씨 재산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위한 민사상 가압류를 걸어 다시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유씨의 실명·차명 재산 298억원을 비롯해 사고 관련자 재산 총 648억원을 구상권 행사를 위해 동결시켜 뒀다.

검찰은 도피 중인 유씨 자녀에 대한 수사 및 검거 작업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는 해외 체류 중이다. 장남 대균(44)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프랑스 출국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후 도주 중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세월호 사고 수습 비용으로 산정한 액수는 4031억원이다. 그러나 유씨가 숨지는 바람에 그를 직접 추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로선 유씨의 세월호 사고 책임을 어떻게 입증해 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지 새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정부가 가압류해 놓은 유 씨 등의 재산은 560억원에 불과하다. 사고 수습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나 총 5000억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유씨 일가와 관련이 있는 해외 부동산들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등 한 푼이라도 더 환수하기위해 총력을 쏟아야한다.

<작성자 박인환: 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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