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인공지능' 기준 첫 통과한 '유진' (사진출처=프린스턴인공지능연구소(www.princetonai.com)의 홈페이지)

[코리아데일리 심민재 기자]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첫 사례가 나왔다.

영국 레딩대(University of Reading, www.reading.ac.uk)가 8일(현지시간)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레딩대는 전날 영국 왕립학회(로열 소사이어티)에서 이 대학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을 받는 로봇기술 법제도 연구기관 '로보로'가 개최한 '튜링 테스트 2014' 행사에서 이런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학에 따르면 경쟁에 참가한 5개 프로그램 중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유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

이 프로그램은 프린스턴인공지능연구소(www.princetonai.com)의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시험해 볼 수 있다.

튜링 테스트는 "과연 기계가 생각할 줄 아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된 시험 방법으로, 과학적·철학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인공지능'의 판별 기준이다.

이는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를 판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전산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1950년대에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게재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과 후속 논문 등에서 이 방법을 제안했다.

튜링은 "만약 대화에서 컴퓨터의 반응을 진짜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사람과 컴퓨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대화 상대편이 컴퓨터인지 진짜 인간인지 대화 당사자인 사람이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튜링은 원래 논문에서 사람이 5분간 질문을 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질문하는 사람이 30% 이상 확률로 컴퓨터를 인간으로 착각하는 수준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5분, 30%라는 구체적 수치가 절대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고 튜링이 설명하기 위해 임의로 거론한 것이긴 했지만, 후대에 일종의 기준이 돼 왔다.

7일 열린 행사에서 유진은 5분 길이의 텍스트 대화를 통해 심사위원 중 33%에게 '유진은 진짜 인간'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행사를 조직한 케빈 워릭 교수는 설명했다.

유진은 블라디미르 베셀로프, 유진 뎀첸코, 세르게이 울라센 등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2001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첫 버전이 나왔다.

유진은 2012년 버전에서 5분 길이 텍스트 대화를 통해 29%의 심사위원에게 '진짜 인간'이라는 확신을 주는 데 성공한 적이 있으나 '5분, 30%'라는 기준에 단 1%가 모자라 당시에는 '튜링 테스트 통과' 판정을 받지 못한 바 있다.

레딩대 방문교수이며 코벤트리대 연구부총장인 워릭 교수는 "영국 과학의 고향이며 여러 세기에 걸쳐 인간 이해의 진보를 이룬 현장인 런던 왕립학회에서 이토록 중요한 이정표(튜링 테스트 통과)가 세워졌다는 것은 매우 걸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이미 그전에도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려고 할지 모르지만, 이번 경우는 독자적으로 검증이 이뤄졌으며, 또 결정적으로 대화 내용이 제한되지 않았다"며 "진정한 튜링 테스트는 미리 질문이나 화제를 정해 놓지 않아야 하며, 이에 따라 우리는 앨런 튜링의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 사례가 토요일(6월 7일)에 나왔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앨런 튜링 별세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한편 천재 수학자인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강제로 호르몬 주사를 맞는 등 탄압을 당하다가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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