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김규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았다. 지난해 9월 이른 연말 인사에 이은 급작스러운 인사다.

그만큼 현재 신세계그룹이 놓여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용진 체제'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 회장은 좀더 책임감과 무게감을 가지고 그룹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8일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정면돌파하기 위한 인사라는 설명이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자리를 유지한다. 지분 구조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는 것에 변동이 없다.

한편 '남매경영'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모친을 대신해 대외활동에 나서는 정용진 회장에게 좀더 힘을 실어주는 인사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동갑내기 사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미 2022년 연말 인사에서 회장직을 달면서 예고된 수순이다.

신세게 정용진 회장 (사진 가운데)
신세게 정용진 회장 (사진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위기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에서 대형마트 부문 인적분할로 법인이 설립된 이후 첫 적자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주요인이었지만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 역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별도 기준 총매출액은 16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27%가 줄었다.

정 회장은 다시 유통강자로서 입지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말 효율적 경영을 위해 정 회장 직속의 경영전략실 재편하면서 강력한 컨트롤타워도 구축했다. '회장'직을 달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에서 의사결정도 한층 더 빨라지게 됐다.

특히 올해 유통환경은 쿠팡 등 신흥 유통강자 외에도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업체가 저렴한 가격에 막강한 자금력으로 한국 대공습을 예고하면서 더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생존기로에 서 있다.

정 회장은 올해 경영화두로 제시했던 '원레스클릭(One Less Click, 한 클릭의 격차)' '원모어스텝(One More Step)' 정신으로 위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과제인 수익성 개선은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나서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용진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단 것 외에 큰 틀에서 그룹체제에 변화가 없는 만큼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면서 "그만큼 그룹의 위기의식을 반영해 '정용진 체제'를 공고히 구축하고 응집력을 강화해 그룹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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