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졸업식…"치킨게임과 같은 갈등, 대화와 협치로 결론 냈으면"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에서 한 학부모가 졸업생의 학사모를 고쳐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에서 한 학부모가 졸업생의 학사모를 고쳐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리아데일리]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나흘째 이어진 23일 고려대 의과대학 졸업식에서는 "아프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의대에 지원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과대학 본관 유광사홀에서 열린 제82회 학위수여식 및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에서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격변의 시기지만 생명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의사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부총장은 "가장 어두운 밤이 끝나갈 무렵에 가장 밝은 별이 빛난다"며 "의학계는 도전이 끊이지 않지만 그만큼 큰 기회와 성취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편성범 의과대학장 역시 "상당히 어려운 시기지만 (고려대 의대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은 앞으로 의사로서 겪게 될 많은 힘든 과정을 헤치고 더 성장해나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일태 의과대학 교우회장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민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누군가 당부하더라"고 말문을 뗐다.

장 교우회장은 "치킨게임처럼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일반 국민들은 우리를 포퓰리즘과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집단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와 협치, 수없는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날 것이라 믿는다"며 "오늘 이 자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지만 그동안 몇 번의 어려움을 우리가 잘 극복했듯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생 대표 김모 씨는 "어수선하고 혼란한 시기일수록 의대에서 배운 수많은 가르침을 되새기며 소신과 곧은 심지를 지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고려대 의대는 졸업생 112명을 배출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내내 감돌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는 졸업생들도 모두 숙연한 표정이었다.

졸업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언급 자체를 극도로 피했다. 한 졸업생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알고 있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측 다 대화해서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사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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