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미 기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재고를 축적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가 지속되며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금융감독원에 2022년 9월 분기보고서를 제출했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개사의 재고가 총 83조를 넘어섰다. 재고 처리 문제를 두고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고자산의 부담으로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거나 투자를 축소하고 현금 자산을 확보하는 등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2022년 3분기 재고자산은 총 57조3198억원이다. 사업 부문별로 DX 부문 27조974억원, DS 부문 26조3651억원, Harman 2조7739억원, SDC 2조5537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각 연말 기준으로 2017년 24조9833억원, 2018년 28조9847억원, 2019년 26조7664억원 등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를 받은 2020년에는 32조431억원, 2021년 41조3844억원을 기록하며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의 구성 비율은 12.2%를 기록했다. 2020년 말 8.5%, 2021년 말 9.7%에 비해 높게 나오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2020년 4.9회, 2021년 4.5회보다 적은 3.8회에 그쳤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재고자산이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올 3분기 26조3651억원으로 10조원가량 재고가 급증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올해 4분기에도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시장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시장의 둔화로 재고자산이 늘고 회전율도 떨어졌다. 올 3분기 재고자산은 14조6649억원이다. 2020년 말 6조1363억원, 2021년 말 8조946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20년 말과 비교했을 때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부 항목 별로 재공품은 8조4866억원, 제품은 3조4204억원, 원재료는 1조8417억원 등이다. 2020년 말과 비교했을 때 재공품(3조5849억원), 제품(1조789억원), 원재료(7244억원) 모두 증가했다.

총 자산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은 13.4%로 삼성전자보다 높았고, 재고자산 회전율은 2.4회로 삼성전자보다 낮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말에는 구성비율 8.6%, 회전율 3.4%, 2021년 말에는 구성비율 9.3%, 회전율 3.2회를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로 가전 시장의 전망도 어둡다. LG전자도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재고자산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2020년 말 7조4470억원, 2021년 말 9조7540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이 이번 3분기에서는 11조2070억원까지 늘었다.

사업 부문별로 H&A는 3조8417억원, HE는 2조1802억원, VS는 1조6980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TV 사업을 진행하는 HE 부문의 재고자산이 가장 크게 늘었다. HE의 경우 2020년 말 1조2995억원, 2021년 말 1조7155억원에 이어 이번 분기에서 2조1802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다만 총 자산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이 지난해 말(18.2%) 대비 소폭 오른 18.3%에 그쳤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말 6.5에서 5.8로 감소한 데 그쳤다. 또 자동차 부품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VS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적자였던 것과 달리 올해 흑자로 전환돼 기대를 남겼다.

재고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은 생산라인 가동율을 조절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분은 인위적인 감산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다른 부문들은 생산량을 조정해 재고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와 생산 규모를 모두 감축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생산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 등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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