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C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들이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SPC그룹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C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들이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SPC그룹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SPC그룹 계열사 공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평택 SPL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8일만,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1000억을 투자하는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한 지 2일 만이다. 불난 데 부채질하듯 반복되는 사고 소식에 불매운동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평택 SPL 사망 사고 이후 8일만… 반복되는 사고

23일 오전 6시 10분께 SPC 계열사 샤니 성남공장에서 40대 남성 근로자 A 씨의 우측 검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날 A 씨는 검수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해당 박스를 빼내려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었다. 사고 당시 총 3명의 작업자가 함께 작업하고 있어 인근에 있던 다른 작업자가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기계를 멈춰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SPC그룹 측은 “대표이사와 노조위원장이 직접 병원으로 가서 직원과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며 “현재 해당 라인 작업을 모두 중단했으며 노동조합과 함께 안전점검 실시를 진행 중이다. 다시 한번 염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고는 SPC그룹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 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앞서 15일 오전 6시 20분께 B 씨가 식품 혼합기에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사고 시간에 혼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2인 1조로 근무하는 것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지 이것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문제가 됐다. 특히 A 씨가 어머니와 미성년자인 남동생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근무하던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같은 공장에서 일주일 전에도 끼임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거세졌다. 화섬식품노조는 “끼임 사고 발생 후 관리자가 바로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보내지 않고 직원들을 집합시켜 30여 분 동안 소리를 지르고 다친 직원이 기간제 비정규직인 것을 알고 회사에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또 B 씨의 사망 사건 다음 날 바로 공장을 재가동 시켰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거세졌다. 이외에도 SPL이 해당 공장 소속 직원 10여 명을 계열사 대구 공장으로 출장을 보내 일을 하게 하거나, B 씨의 빈소에 조문 답례품으로 빵을 보낸 것이 알려져 불매운동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 대국민 사과와 1000억원 투자 재발방지대책 발표

잇따른 논란에 허영인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허 회장은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가족 분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 드리기 했다”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했다.

이어 “사고 다음 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잘못된 일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며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직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SPC 황재복 사장은 향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인 안전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안전사고 방지 대책 및 안전관리 개선 방안은 ‘전사적인 안전진단 시행’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역량 강화’ ‘근무환경 개선’ 등 4가지다.

황 사장은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해서 한국안전기술협회,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정받은 외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할 것”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긴밀하게 소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을 투입하는 등 시설, 설비,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며 “SPL은 영업이익의 50% 수준에 해당되는 100억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화섬식품노조 SPL지회 SNS
사진=화섬식품노조 SPL지회 SNS

고용노동부 “SPC 전국 현장 대상으로 불시 감독 진행”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식품 혼합기 등 식품가공용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는 305건에 이른다. 사망자는 6명(제조업 5명, 농업 1명)이며 부상자 299명 중 190명(63.5%)이 90일 이상 일을 하지 못했다.

노동부는 최근 계속되는 산재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6주간 식품제조업 등 13만 5천여 개소에 자율점검을 안내 후 4000여 개소를 불시 점검·감독한다.

집중 단속기간에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는 그간의 계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고의성에 대한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여 대표자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특히 사고 재발 위험과 국민의 우려가 큰 SPC그룹에 대해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노동부는 식품·원료 계열사의 전국현장을 대상으로 이번 주 중 감독 대상을 특정해 불시에 감독할 예정이다. 현장의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구조적 원인을 점검·개선지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업 스스로 사고 예방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는 지속 가능한 예방 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또 위험 기계·기구 등에 대한 안전검사 및 인증 제도가 변화된 환경에 맞게 현장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즉시 전반적인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욱 거세지는 불매운동

잇따른 사고 소식에 SNS에서는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쉐이크쉑 등의 브랜드명과 로고를 정리한 사진을 공유하고 ‘SPC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불매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산업 안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SPL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질책에 저희 가맹점주들도 같은 마음이고 공감하고 있다”며 “회사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약속한 안전 경영 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소중한 고객분들에게 파는 파리바게뜨 빵의 생산과 배송,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위생적으로 깨끗하고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내부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누리꾼들은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안 사야지 진짜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다른 대기업 프랜차이즈 말고 동네 빵집으로 대체해야 한다” “전국 휴게소 매출 2위인 가평휴게소도 SPC가 운영한다” “가맹점주도 불매운동하지 말라고 고객들한테 말할 것이 아니라 본사에 항의해야 한다” “불매한다고 뉴스에도 나오지만 여전히 포켓몬 빵은 품절이다” 등의 의견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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