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까지 월평균 중도상환 건수는 4만2176건...작년 대비 149% 많아
시중은행 5년간 중도상환수수료 1조1546억원 수익
정부당국, 부채로 인한 비극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증가는 사회적 비용 증대로 이어져...국가 재정에 악영향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5대(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시중은행 신용대출 월평균 중도상환 건수는  4만2176건이다. 지난 해(2만8347건) 대비,149% 급증했다. 그리고 5대 시중은행이 최근 5년간 중도상환수수료(가계 및 개입사업자, 법인 등 모두 포함)로 거둬들인 수익만 1조1546억원이다. 이같은 통계는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른 것이다.

올해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이 급증했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과 빚투(빚으로 투자)에 나섰던 가계가 부동산과 주식,코인 등 자산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마저 커지자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서둘러 상환에 나선 것이다. 고(高)금리 충격에 빠져 다소 이자부담이 큰 신용대출부터 갚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대출기간의 이자 수익에 더해 거액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챙기게 됐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규모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대출 규모가 다소 큰데다 금리가 높아졌다고 갑자기 상환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고(高)금리에서는 신용대출을 우선 갚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행한 영끌과 빚투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 어선 기준금리 잇따른 인상으로 한 푼이라도 아껴서 모으는 저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금리인상 지속이 예상되기 때문에 빚을 없애는 게 사실상 '투자'란 말이 나올 정도다.

5연속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을 옥죄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은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저소득·저신용 가구에게는 씻을 수 없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대출로 버텨낸 영세자영업자, 상환 능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청년층과 서민들까지 금융 약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빠른 시일내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약자들이 찾는 곳은 사채시장이다.

정부당국은 부채 사슬로 인한 비극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 한다.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증가는 사회적 비용 증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빚 때문에 구매력을 상실한 약자들이 증가하면, 그 영향으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 염려가 있다.

 예전 저금리 대출을 금리 급등 시점에 중도상환 받으면 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대출 계약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중도상환 수수료를 경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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