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창고, '찜통 더위,가마솥더위로 표현되는 폭염'
노조 “기만적인 대책 아닌 실질적인 폭염 대책 마련해야 해”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정다미 기자] 본격적인 폭염을 앞두고 쿠팡 물류창고에서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에만 3명이 쓰러져 119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진 상황이다. 이에 노동조합이 쿠팡의 실질적인 폭염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서울 잠실 쿠팡(대표이사 강한승)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시민들의 연대로 쿠팡물류센터에 에어컨 로켓배송 시작’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가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이다. 이 기간에는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로 표현되는 폭염 현상이 자주 찾아온다”며 “그러나 본격적인 더위 시기가 되기 전부터 찜통더위와 온열 질환 피해자가 속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쿠팡 물류센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17일까지 한 달간 쿠팡물류센터 내 평균 온도는 31.2℃ 습도는 59.48%였다. 습도가 높을수록 체감온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느끼는 더위는 이보다 더할 것이다”며 “도난방지를 위해 열 수 없는 창문과 메자닌 구조에서 복사되는 열이 현장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선풍기가 돌아도 뜨거운 바람이 물류창고 안을 순환해 온열 질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3명의 근로자가 온열 질환으로 쓰러진 것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루를 일해도 건강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고 직접 에어컨을 설치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쿠팡 잠실 본사에서 출발해 오는 23일 쿠팡 동탄센터로 에어컨을 들고 도보행진에 나선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달에만 동탄센터에서 온열 질환으로 쓰러진 사람이 3명이나 된다. 먼저 지난 6일 오후 9시40분경 여성 노동자 A 씨가 동료의 부축을 받고 중앙데스크로 오던 중 쓰러졌고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는 통탄 한림대 병원에서 열 탈수 진단을 받았다. 당시 현장 온도는 30℃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조합원 B 씨는 7일 오전 3시경 동료에 의해 주저앉아 손을 떨고 있던 상태로 발견돼 119를 통해 병원에 옮겨졌다. 당시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34.1℃, 습도는 59%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성 노동자 C 씨는 18일 오전 9시45분경 얘기 도중 주저앉아 119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다. 같이 근무한 D 씨에 따르면 C 씨는 최근 온열 질환 진단을 받고 쉬다가 이날 다시 출근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 온도는 30.7℃, 습도는 60%였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쿠팡 측은 ‘쿠팡 폭염 대책 없다? 민주노총의 거짓 주장’이라는 카드뉴스를 통해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쿠팡 측은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이 운영 중이며 지금 2.5m의 대형 천장 실랭팬과 에어서큘레이터 등을 수 천대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부 작업 직원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도 있으며, 기상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유급 휴게 시간을 추가 부여 중이라고 전했다. 생수 또한 얼린 상태로 자유롭게 무제한 지급되며 아이스크림도 무료 제공 중이고, 물류센터 곳곳에 정수기 수 천대가 비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에어컨 설치를 요구한 직원을 해고했다는 것도 근태 등 평가 기준 미달로 인한 근로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라고 정정했다.

쿠팡은 “민주노총이 한 달 가까이 공동 로비를 무단 점거하며 폭력사태를 야기해 직원이 병원에 이송됐다. 입주 기업들의 직원, 소상공인,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거짓 주장을 중단하고 즉시 퇴거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 노동조합 측은 “쿠팡물류센터의 고용 규모는 약 4만 명이다. 준비된 얼음물은 50일 치에 이르며 이마저도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하루에 얼음물 한 병’을 마실 때 가능한 수치다. 한 센터에서는 6월에는 생수 한 병, 7~8월에는 생수 두 병을 지급한다고 공지됐으며, 다른 센터에서는 저녁 8시가 되면 생수가 담긴 냉장고를 잠그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쿠팡 물류센터 내 폭염 실태를 알리고 올해에는 더 이상의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폭염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곳곳에 알릴 것이다”며 “기만적인 폭염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시간에 20분 유급 휴게시간을 제공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쿠팡 물류센터의 폭염과 노동자 혹사 문제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노조 측은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 4시에도 온도가 35℃다. 펄펄 끓는 철판 위에서 휴게시간도 없이 고통받으며 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일 노동 체험을 진행한 한 기자가 “20분 만에 속옷까지 땀으로 젖었다” 등의 경험담과 함께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은 인공 열돔 체험기를 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이전에도 노조 측은 매년 폭염 대책 마련과 유급 휴게시간 보장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매년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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