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은 3분기 말 또는 4분기 초
스태그플레이션 걱정 단계 아냐
6%대 물가에 '빅스텝' 불가피

"앞으로 한두 번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번 말씀드리지만 중립금리는 학술적 의미다. 범위도 넓다. 저희가 그럼에도 2.25%로 올리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중립금리 범위 하단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금리를 올리면 긴축이냐 아니냐'를 질문에 "지금은 중립금리 하단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지난 달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정점을 3분기로 봤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했다. 통방문(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물가에 중점을 둔다는 표현이 빠졌다.

"물가정점에 대해선 저희가 지금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정점으로 본다. 그 다음에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많다. 2~3개월 지켜보면 경제전망이 낙관적인 아닌지 보고 거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다."

-빅스텝을 처음으로 단행했다. 총재께서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얘기했다. 총재께서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게 맞다고 봐야 할지 궁금하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중립금리는 학술적 의미다. 범위도 넓다. 저희가 그럼에도 2.25%로 올리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중립금리 범위 하단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중립금리까지 왔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금리를 올리면 긴축이냐 아니냐를 질문했는데 지금은 중립금리 하단 정도다. 앞으로 한두 번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가 정점시기에 대해 앞서 답변하셨는데 시장에선 3분기에 정점을 찍을지 연말에 찍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물가 정점은 예상으론 3분기 말 4분기 초다. 워낙 불확실성 크다. 그래서 사실 언제가 될지 예측할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점이 되더라도 빠르게 내려갈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연내 빅스텝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전망치를 3.7%로 봤다.

"저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하려는지 적어도 방향성을 드리자, 시그널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말씀을 드린 거다. 빅스텝 하지 않겠다고 해석하셨다고 했는데 앞으로 저희가 생각하는 물가상승률 전개 과정이 몇 달은 6%가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그 다음 3·4분기 후반부턴 크게 낮아지진 않겠지만 물가상승세가 꺾이는 과정을 (가정했다.) 이미 이번에 50bp 인상을 통해서 물가상승세와 기대 심리를 낮추려 했기 때문에 저희 예상대로 가면 25비피로 점진적으로 가면서 상황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말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까지 기대한다. 이런 기대 합리적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또 환율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번에 합리적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물가상승률이 6%가 넘을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넘어갔고 가속화되고 있어 저희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50bp 올려 억제하고자 하지만 이미 높아진 상황이라 2.75%에서 3.00%를 시장에서 예측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 될 지 그 밑이 될 지 3.00%가 될 지는 주요선진국들 금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유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등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

-최근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반기 경기 둔화를 각오하고서라도 높은 물가 상승세 꺾이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하면 한미금리가 역전된다. 역전 폭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물가상승률이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금리를 50bp 올린 건 수동적이기보단 좀 더 명확한 시그널을 줘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이 매커니즘을 통해서 물가상승률이 안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책을 한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물가도 올라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환율 상황이 국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외화 변동성 쏠림 측면서 대응 필요할지 궁금하다.

"환율이 절하되면,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 가격이 올라간다. 물가에 좋지 않다. 그래서 저희가 환율을 유심히 보는 이유가 안정 면에서 보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차적 관심이다. 당연히 그걸 고려해 정책을 하고 있다. 완화 정도라는 단어가 빠진 것은 말씀하신 게 맞다. 2.25%로 가서 중립금리의 하단 정도가 아닌가 한다."

-연말 기준금리가 기존 예측보다 올라 3%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하면 방향성이 정해져서 옳지 않다. 시장에서 2.75%, 3.00%로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보다 높은 걸 얘기하는 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된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저희 베이스라인은 그게 아니다."

-물가 전망대로 간다면 0.25%포인트씩 가 빅스텝이 없을 것처럼 말씀하셨다.7% 물가 전망이 시장에선 나온다. 그러면 빅스텝도 가능할지 궁금하다.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같다. 저희가 예상하는 페이스(속도)가 된다면 25bp씩 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정책의 스탠스(입장)이 바뀔 것이다. 그게 7%냐 6.5%냐는 금통위원들이 자료, 외환시장을 보고 판단 할 것이다." 

-물가상승이 외부요인이 더 크다는 얘기가 있다. 금리만으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을 수 없다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으로 하자면, 물가를 금리만으로 잡으려면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가정이 되면 코스트가 너무 크다. 금리만으로 못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금리만으로 잡으려고 하면 코스트가 크다는 게 맞다. 그렇지만 시그널을 줘 개별 경제 주체가 가격이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을 동원하는 등 여러 경제 주체의 협조를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 코스트를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말씀드리겠다. 저희가 보통 금리를 1% 올리면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1년에 0.2%로 본다. 기대 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준금리 2.75% 이상은 긴축으로 봐야하는 것가.

"정확하게 말할 정도로 좋은 모델 받으면 상받을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가 나오면 그 당시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중립금리라는 게 폭이 넓다. 아직도 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범위의 하단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상호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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