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횡재세’ 얘기에 업계 난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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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고유가 기조에 힘입어 올 2분기에도 호황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대표 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들은 올해 1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증가, 정제마진 개선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이 1조6491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에쓰오일이 1조3320억원, GS칼텍스가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가 704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22조6133억원, 영업이익 1조8178억원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의 전망치는 매출 11조2877억원, 영업이익 1조2834억원이다. 1조7000억원대를 예측하는 전망도 있다.

이에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유류세법을 개정해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유사들이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하며 고통 분담을 요구한 바 있다.

횡재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은 국제 유가보다 국내 유가의 가격 상승폭이 크고,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는 가운데도 오히려 판매가가 올랐다고 주장한다. 국제 유가는 6월 첫째 주 평균 가격 대비 다섯 째주 평균 가격이 ℓ당 34.78원 오른 가운데,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은 ℓ당 104.68원,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ℓ당 124.64원 올랐다고 꼬집었다. 또 유류세 인하 전 휘발유의 정유사 세전 공급가에서 두바이유 가격을 뺀 평균 마진이 ℓ당 177.2원인 것에 반해 유류세 인하 후에는 270.7원으로 마진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이 지난 6월부터 에너지기업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석유기업에 21%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 업종에 한해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를 진행한 사례가 전무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25%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 과세가 이뤄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유가 당시 관련 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때 별도의 지원이 없었는데 흑자를 냈다고 추가 과세를 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고유가 이후 석유 소비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 국제 유가 급락 등의 가능성을 들어 위험요인이 산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1일부터 유류세가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최대폭인 37%까지 확대되며 휘발유와 경유값이 소폭 하락하고 있다. 대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30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145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후 7월 1일 ℓ당 2129원, 2일 2125원, 3일 2123원, 4일 2121원, 5일 2117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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