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까지 나타나는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75%포인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자 지난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간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오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전례가 없던 빅스텝 카드를 고민하게 됐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미 기준금리가 같아지면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선재대응의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발빠르게 올려왔다. 올해 초 1월만 하더라도 우리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00~1.25%포인트 높았지만 5개월 사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로 미국과 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미 연준은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2.00~2.25%로 우리나라 금리보다 앞서게 되고 자이언트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할 경우 2.25~2.50%로 0.25~0.50%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미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7ㆍ8ㆍ10ㆍ11월 총 네 차례 예정돼 있다. 시장에선 남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데 빅스텝이 변수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한은이 올해 0.25%씩 네 차례 올려 2.75%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 연준이 오는 7월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도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커졌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악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가뜩이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 급등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6월에는 6%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공급 측면에 있어 원가부담을 경감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을 방지하는 등 다각적 대응노력을 강화해 물가상승 압력을 최대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당국 수장이 직접 '물가에 중점을 통화정책'을 언급한 것이다. 경제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 복합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 대응을 강화키로 하면서 한국은행의 대응이 주목될 전망이다.

물가 안정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을 강화키로 한 만큼 지금까지 신중한 입장을 지켜오던 한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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