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아파트값 고공행진 탓일까. 아파트값이나 전세값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주고 있다. 다소 처져있던 빌라의 신분 상승이다. 그동안 다소 아파트에 눌린 듯했던 빌라의 몸값 상승.

그동안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깊었다. 이에 주택 경기가 침체 되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이자가 높아지니 아파트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빌라가 주목받으니 집 한 채의 의미를 새삼 새겨보게 된다. 특히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의 이동이라는 사실이 왠지 진정한 집으로서 의미를 더한 것 같아 흐뭇하다.

새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워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이 방안에 대한 기대치가 빌라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빌라 가격이 현저하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 가격은 3억5298만원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 비해 31.4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26.19% 오름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전세 역전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새 정부가 내놓은 주거 환경 정비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상반기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전체 주택 매매의 64.79%를 차지하며 아파트 매매보다도 2.67배 많다. 불과 1년 전에 비하면 일취월장이다. 아파트보다 빌라 거래량이 많은 이례적인 현상은 여태껏 드문 일이다.

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서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활용해 내 집 마련을 하고 있다. 요지부동인 아파트의 절대적인 가격 수준에 비하면 빌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이후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 계약이 끝나면 더욱 그 양상은 뚜렷해질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전세값 급등을 견디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의 집값은 턱없이 높다.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다. 천문학적인 가격을 붙이고 위용을 자랑한들 그림의 떡이다. 언젠가부터 집 하면 재산상 이익이 먼저 떠오른다. 고가의 아파트 아래에서 기죽었던 빌라가 비루한 옷을 벗고 말끔한 옷으로 환복한 것 같아 왠지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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