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혜 대산문학 이사
이영혜 대산문학 이사

영국의 어느 안개 낀 한적한 농촌마을을 배경으 로 45년째 별탈 없이 결혼 생활을 하던 어느 노부 부의 이야기이다. 결혼 4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한참 들떠 있던 부부에게 어느 날 40여년 전 남편의 첫사랑 애인의 조난 당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편지가 배 달되었다.

그날 이후 남편 제트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파우 며 다락방에 틀어박혀 그녀의 사진을 찾아내고 들 여다보면서 옛날을 회상하고 하루종일 그녀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흔들리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게이트는 차츰 불안해지면서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 45년을 함께 살았지만 서로가 차츰 낯설게 느껴 지며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남편 제트는 결혼 전 첫 사랑 죽은 애인에 대하 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 역시 휘청거리는 남편을 바라보며 질투와 분 노,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 드디어 남편은 죽은 애인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 해서 스위스로 떠날 차비를 한다. 그리고는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러 집을 나선다. 긴 시간을 함께 살 아왔지만 서로 이기적인 생각 속에 살고 있는 두 사람......

아내는 남편에게 “난 당신에게 누구였나요?”를 묻는다. 남편은 지나간 일이고 지 금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아내를 설득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다”면서 예민하 게 반응하고 차츰 우울증 세를 보이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냉랭한 시선...... 부부 사이에 엇나가는 미묘한 감정과 갈등과 분 노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서로가 왜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하느냐는 것에 대한 서운함...... 나는 마치 여주인공이 된 것처럼 속이 타들어갔다. 남편 제트가 스위스로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 으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마침내 남편 제트는 건강이 나빠져서 스위스 행을 취소하고 예 정대로 45주년 결혼기념행사 치를 수 있게 된다.

부부 사이가 예전처럼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초대된 손님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내 아내라고 진지하게 선언을 한다. 하객들의 축하 박수를 받으며 “smoke gets in your eyes”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부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는 비로서 안도의 숨 을 쉴 수가 있었다.

“smoke gets in your eyes”는 내가 학창시절 즐 겨 듣던 음악이라 더욱 반갑고 실감이 났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부부는 늘 살면서 사소한 일들로, 또는 자주 반복되는 일들로 금이 가고 상처받으며 깨지기 쉬운 것이 부부관계인지 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내 남편의 표 정을 살피고 있었다. 내 남편도 첫사랑이 다시 찾 아오면 제트보다 더 나를 분노하게 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 주길 바라는 나의 옹졸한 이기심이 아닐까? 옛 애인이 잘 살면 배가 아프고, 옛 애인이 못 살 면 가슴이 아프고, 또 옛 애인과 같이 살면 골치가 아프다는데......

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너 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여주인공 샬롯 탬블링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대 사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얼굴표정 하나로 잘 전달되는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마치 내가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가 슴 졸이며 어찌나 실감나게 감상을 하였는지...... 역지사지의 심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 였다. 왜냐하면 20년 전 나에게도 그런 아픔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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