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술
조영술

 

태어난 것 자체가 신비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기적이다. 성장 또한 신비이며 생각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신비이다.

자라면서 알게 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나의 보호자이고 조력자임을 알게 되었다.

가까이 형제자매 일가친척이 있어 삶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도 차츰차츰 깨달았다.

삶의 폭이 넓어진다. 신비도 느끼면서 경쟁도 알게 되고 갈등도 알게 된다. 두려움도 커 간다. 세상은 선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악을 즐기는 무리가 있어 삶이 힘들고 고달팠던 시간들의 상처는 지금도 나도 모르게 추억되어 소름이 느낄 정도로 아픔으로 다가온다.

성장해가면서 이웃과 선린관계도 있지만 갈등도 이겨내면서 활동범위를 넓혀간다.

하늘이 높은 것은 보이는 대로 느껴 쉬이 알 수 있지만 세상이 넓은 것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가는 곳마다 신비요 보는 것마다 신비롭다.

세상을 주마간산하듯 단조롭게만 살 수도 없고 사사건건 꼼꼼히 챙기며 살다보면 너무 고단할 것 같기도 하여 판단이 어렵다.

속담에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분수를 알고 환경에 맞춰 살라는 뜻인 듯도 싶다. ‘너 자신을 알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다.

몸이 성장하면서 마음도 욕심도 넓게 많이 변하기 마련이다.

지족상족知足常足 종신불욕終身不辱이요 지지상지知止常止종신무치終身無恥 라는 성인의 말씀 또한 일맥상통하는 교훈이지만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또 다른 성인의 말씀처럼 작고 여린 몸으로 실천하기란 너무 벅찬 숙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좁은 방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집밖마을로 나선다. 이것도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웃동네로 가는 것은 모험이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외가를 가끔 혼자 간적이 있다. 가는 길엔 여러 마을이 있었는데 마을 앞을 지나는 것이 두려움이었다. 또래의 아이들이 나타나 괴롭힐까 봐서이다. 겉으로는 선해보여도 악이 잠재되어 공포의 대상이다. 공연히 힘을 과시하고 자랑으로 삼았으며 이를 부추기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산도 첩첩 뒷산도 첩첩 그 가운데 좁다란 들녘에서 어제 만난사람 오늘도 만나고 또 내일도 만나는 개미 쳇바퀴 돌 듯 변화가 없는 세상에서 변화가 절실했다. 걷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줍듯 경쟁은 엄연히 존재한다.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정할 수가 없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처럼 능력의 차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고나면 별 천지가 전개되고 있다. 이 있다면 신도 아마 놀라고 있을 세상이다.

이 엄청난 세상에서 나는 무엇이며 어찌 살아야하는 것인가!

새로운 길은 희망이지만 모험이다. 적수공권으로 비를 맞으며 걷기도하고 폭풍우도 맞아야하고 눈보라도 뚫어야한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 따라갔더니 늑대굴이요 장미에 가시가 숨어있듯 포장만 화려하고 속빈 강정 같은 사기의 인간들이 사방에서 굶주려 울부짖는 데도 들리지 않아 먹이가 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이 될 것이냐는 판단이 어렵지만 후회 없는 선택에는 자신의 성찰이 필요하다.

소같이 주인이 시키는 대로 우직하게 살 것인지 개처럼 천방지축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거미처럼 약자를 함정에 빠뜨려 먹이 삼아 살 것인지가 문제이다. 요즘같이 가치가 혼재된 세상에서 참이 무엇인지 답할 수가 없다

참도 혼자 말하면 힘이 없고 악도 당을 이루면 힘이 커서 선을 적으로 삶고 없애려 혈안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하듯 유시해서 이것저것 사리를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하고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무골호인은 바보가 된다는 옛 은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이 산수를 넘긴지 한참인데 급변하는 세상에서 여러 세대를 산 느낌인데도 삶의 지혜가 떠오르지 않으니 얼마 남지 않은 세상도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 말세라할 정도로 혼탁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꿋꿋하게 살아온 것 같다.

돈 앞에 굴하지 않고 권력 앞에 절하지 않고 살았다.

기회는 수차례 있었지만 모함과 배신이 난무하는 세계를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코흘리개 시절출세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다라고 비판한 말이 자신에게 교훈이 되었다. 많은 비난을 뚫고 오직 고통을 감수하면서 개척하다 시 피한 오늘이 자족할 수있고 남의 부러움도 사니 얼마나 다행한일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귀엽고 예쁜 손주들과 즐겁게 살다가 이별이 아쉬울 만큼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작가

조영술 수필가

대산문학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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