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삶이 인간으로도 또는 여자 강수연으로도 가치 있고 아름다웠기를

故 강수연
故 강수연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배우, 작가가 시나리오 속에 그린 다른 삶을 연기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간혹은 배역 속 그 사람으로 비치며 행동반경에 제약을 받으며 산다. 어쩌면 주관적 삶이 아닌 객관적 삶을 사는 사람의 대표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 대부분이 바라본 그들의 삶은 언제나 현실이면서도 결국은 비현실적 거리에 있다.

배우 강수연이 56세를 일기로 홀연히 사망했다. 사인은 뇌내출혈이다.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했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호송됐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아름다운 봄날에 꽃잎처럼 사그라진 배우, 본질보다는 한 겹 덧씌어진 포장 안에서 살았던 그의 삶은 실질적으로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강수연은 네 살 때 데뷔해 50년 동안 배우로 살았다. 동양 최초로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음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대한민국 영화사에 한 발자국을 찍은 여배우다. 미혼이다. 특히 그녀가 출연한 영화 ‘씨받이’라든지 ‘아제아제바라아제’라든지 굵직하면서도 무거운 주제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쳐 <베니스 영화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을 했다.

때로는 삭발도 감수했고 다소 파격적인 역할에도 온몸을 던져 그 안에 녹아들었으니 천생 배우였고 한국 영화사에 기쁨과 자존심을 안겨준 배우였다. 의식도 남달라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에도 앞장섰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진두지휘하면서 한국 영화 발전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니 그녀의 평생은 영화였다.

삶은 자신이 쓰고 그리는 다양한 이력으로 한평생이 조명된다. 한낱 무명의 소시민으로 살다 가는 삶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 마련이지만 어딘가에 선명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의 삶은 분명히 특별할 것이다. 그 이름 뒤에 따르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은 여타 일반인과는 비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작품에서는 해맑고 순진한 여고생으로 어느 곳에서는 똑 부러진 여장부로, 그리고 어느 장면에서는 농염함을 발산하며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여배우의 마지막은 짧은 봄날처럼 조금 허망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자녀도 없다. 사람들은 수백억 재산의 향방도 궁금해한다. 자신의 본질보다는 50년 동안 나 아닌 다른 이의 모습과 삶을 대신 표현했던 배우 강수연. 그녀의 삶이 인간으로서 또는 여자 강수연으로도 가치 있고 아름다웠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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