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국회의원의 언행이 연일 화제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오늘 국회의장은 아주 옹졸한 모습으로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방문을 거절하고 의장실 앞 면담을 요구하며 늘어 서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의장실 당직자와 경호인들을 앞세워서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그 과정에서 제발 멈추라, 서라 요구했음에도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국민의힘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기 위해 앞줄에 앉아 있는 여성들을, 카메라 밑으로 보이지 않는 장면들을 짐작하고 구둣발로 저희 여성들을 걷어차며 용맹하게 이 국회의장석으로 올라왔다”고 항변했다.

배현진 의원은 1983년생으로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에 영입된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이다. 그녀는 아나운서 재직 시절에도 방송국의 파행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장본인으로 여론이 희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홀연히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참 정치인의 ‘앙증맞은 몸’이라는 표현은 박 의장의 체구를 빗댄 인신공격이라는 말부터 정치 선배에다 나이든 어른에게 쓰기에는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배 의원의 행동이 박 의장에 대한 커다란 결례였다고 비판하며 징계에 회부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박 의장을 향해 뻗은 손은 삿대질로 격하됐고 배 의원은 “다섯 손가락 참하게 모아서 당신이 외면한 민주주의 본질을 물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입법부 수장에게 할 언행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는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스타가 되기도 하고 관심을 받는다. 물론 좋고 선한 것이 절대적인 세상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와 행위가 큰 영향을 끼치고 거친 말과 행위가 존재감을 세우는 무기가 된다.

감정을 자제하고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오히려 정당하고 설득력 있다. 정중하고 예의를 다하는 의사 표현은 자신의 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까마득한 후배 정치인이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거친 언사와 뻗쳐 흔드는 손을 보며 입법부 수장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박 의장이 마지막에 했던 “수고했다“는 말이 서글픈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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