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과 '짱구' 열풍. "일본과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관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주장까지

지난 2월 느닷없이 '포켓몬빵'과 '짱구' 열풍이 불었다. 각 편의점이나 마트에는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선 진풍경을 연출했다. 3년 전 불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생각하면 이변이었다. 이 가운데 일본산 주류와 의류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덩달아 늘어나며 슬그머니 노재팬 움직임은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의 다중적인 소비심리야 어제오늘 겪은 일도 아니고 소소한 먹거리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다 싶으면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가뜩이나 오랜 시간 역병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오히려 일상의 특별한 이벤트 같아서 차라리 안도가 되는 풍경으로도 보였다.

이에 따라 SPC삼립의 주가가 오른 것은 당연하다. 지난 2월 23일 출시한 SPC삼립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여 만에 1500만 개를 돌파했고 매출액은 200억 원에 이르렀다. 포켓몬빵 출시 전 SPC삼립의 주가는 지난 2월 22일 종가 기준 8만 2400원이었으나, 이달 29일 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켓몬빵의 인기에 편승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삼양식품의 짱구 역시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짱구는 지난 3월 3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약 40만 개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55%, 전월보다 90% 늘어난 판매량을 보였다. 짱구는 포켓몬빵 수요가 급증한 시점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재라는 것이 특성이라면 특성이다. 포켓몬빵을 구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대신 짱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매이션 ‘짱구는 못말려’는 다시 봐도 재밌다. 주인공 짱구의 개구진 모습과 특유의 딸각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새삼스럽게 추억도 소환된다.

특히 포켓몬빵의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스티커’ 일명 ‘띠부씰’ 열풍이 흥미롭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띠부씰' 캐릭터 라이선스가 일본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제품은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지만 캐릭터 라이선스(사용권) 때문에 수익은 일본으로 돌아간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재출시를 위해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가 지분 100%를 보유한 '포켓몬코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포켓몬빵 판매액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 점은 경제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아닐 수 없으며 여전히 반일 감정에 젖은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3년 전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우리나라에 인기가 많았던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노재팬 움직임을 불렀다. 이에 철수 운운하며 극강의 위기에 몰린 유니클로의 2020년 9월~2021년 8월에 집계된 매출액은 5824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출액은 전년보다 7.5% 정도 줄었지만, 포켓몬과 짱구의 열풍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오히려 529억 원으로 상승했다. 그간의 영업손실 884억 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또한 편의점에서 기획상품으로 묶여 저렴한 가격에 인기가 높던 맥주를 포함한 주류제품도 수입 증가세로 돌아섰다. 벌써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266만 6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6% 늘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2020년 103만 8000달러와 비교하면 2.5배나 늘어났다. 산토리 등 일본 위스키도 올해 1분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41.8% 늘어난 123만 9000달러로 2020년 1분기 41만 6000달러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왜 우리는 늘 일본과 크고 작은 내홍을 겪으면서도 단호하게 자르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이나 정치인들은 이를 두고 일본의 중립적인 정치관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2019년 노재팬 움직임에도 그들은 ‘이해한다’며 중립적 태도를 보이며 최악의 감정으로 치닫지 않았다. 거기다 당시 ‘한국의 노재팬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포켓몬빵과 짱구 열풍이 그 말이 맞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경제 일부 관계자들은 한국 경제의 이익을 위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자유무역협정(FTA)포럼'에 참석한 자원부는 "아시아태평양 통상질서 내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개방된 아태 통상질서 형성에 기여해 나가는 과정에서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일본과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일본 불매운동 정책은 거둬지지 않을까 싶다. 일본, 영원히 가깝고도 먼 이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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