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언 대기자
김광언 대기자

집,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들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 또는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이다. 얼마나 서정적이며 따뜻한 해석인가. 하지만 현실의 ‘집’은 재화 가치로 가장 우선시되는 종목이다. 그 집이 어디에 있으며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는 경제적 성공의 척도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관계부처의 언질 하나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부동산 공약 하나에 희비의 쌍곡선은 춤을 추고 그에 따라 국민들의 가슴은 매번 요동을 친다. 우리가 집이 지닌 원류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두 다리 쭉 펴고 숙면에 들지 못하는 현실이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삼았다. 이에 따른 기대감에 편승해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급격히 상승했다. 1기 신도시는 대선 전인 1월~3월 9일 사이 0.07%의 미미한 상승폭에 비해 대선 후인 3월10일부터 2개월 동안 0.26% 오르며 상승폭이 3배 이상 높아진 모양새를 보였다.

수도권 주요 권역 중 유일하게 1기 신도시가 대선 전·후 아파트 가격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런 양상을 보이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은 전면 재검토한다는 말로 재빠르게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차츰 안전진단 절차 강화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이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산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신도시 주민들은 섣불리 축배를 준비했지만 하루에 수십채 쌓은 건물은 모래성처럼 와르르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렇듯 조변석개하는 집값의 요동에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자본주의 시대에 재화가 주는 힘은 막강하다. 땅 몇 평의 가치나 주택이 지닌 의미는 21세기 신계급주의의 상징으로 군림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에서 거래되는 아파트 가격은 서민들에게는 언제나 비현실적인 숫자다. 거기에 ‘평생을 안 쓰고 모아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는 말은 비루하기 이를 데 없는 관용구다.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 가족을 만들지 못한다는 노골적인 항변을 하며 보란 듯이 비혼이나 만혼을 선택한다.

돈벼락이라도 맞지 않으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으니 자의반 타의반 비혼을 선택하고 만혼자가 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해 한해 지나면서 지금보다 더 풍요로워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튼실한 보루다. 희망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추상적이 아니라는 가장 큰 당위성이다.

소시민들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은 물리적, 심리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실은 점점 더 후퇴하고 삶의 질은 나날이 추락하는 듯하다. 가난한 부모는 아무리 허리가 휘어지게 일을 해도 척박한 땅 몇 평으로는 자식에게 경제적 보탬이 되지 못해 상심하고 부를 대물림받지 못해 평생을 고만고만하게 살아야 하는 자식들의 원망은 커져간다.

해마다 오르는 집값에 젊은이들은 서울을 벗어나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난다. 조금 더 낮은 가격을 찾아 찾아 밀려나면서 느끼는 열패감과 박탈감에 삶에 대한 생기와 의욕도 떨어진다. 사람과 가정을 품지 못한 서울의 빈집은 허울 좋은 몸집에 효용성 없는 가격표만 붙은 시멘트 덩어리로 남을지 모른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을 가장 자극시키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후보자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환심 사기에 급급하다. 많은 국민들이 후보들의 자질이나 역량보다는 자신들의 부의 축적에 이로운 공약을 거는 후보에게 몰표를 하는 투표 행태를 보인다. 자본주의 시대가 양산한 서글픈 현실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가진 자들은 더 높아질 집값을 미리 계산하며 배를 두들기며 없는 자들은 더 깊은 좌절의 수렁 속으로 빠져 허우적대며 우울해진다. 서민들이라고 몰염치하게 집 한채 거저 달라는 말은 아니다. 무엇보다 조금 노력하면 가질 수도 있는 적정선을 가운데 둔 균형감각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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