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신용경색 국면, 연합회서 자발적 대책 마련해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한상공회의소점의 전경. 사진=오은서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한상공회의소점의 전경. 사진=오은서 기자

[코리아데일리 오은서 기자]지난해부터 점포 줄고 퇴직율 높았던 시중은행이 외형을 축소하는가 싶더니 내부적으로는 대출 비수기에도 조단위의 역대급 ‘수익’을 자랑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코로나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신용경색의 위험까지 대비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은행의 공적 책임에 대한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4대 금융지주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합산 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다. 통상 대출 비수기로 인식됐던 1분기 순이익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에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실적은 저조했으나 (중소·중견)기업대출이 대출자산 성장을 이끌었다. 여기에 높이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계가 더욱 빨라지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결국 이자 이익이 늘고 은행 이익의 핵심인 순이자마진(NIM)이 올랐다. 실제 1분기 각 금융그룹이 이자이익은 KB금융이 2조64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2조4876억원, 하나금융은 2조203억원, 우리금융은 1조9877억원을 기록했다. 기타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1분기 역대급 실적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가계대출이 꾸준히 줄었으나 금리인상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은행이 리스크(위험)가 거의 없는 가계대출을 발생시켜 예금 이자보다 높은 대출이자로 돈을 벌었다면 지금이 금융업의 공적 의미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가령 영세한 기업에 대출만기 연장이나 대출상환 유예, 소상공인을 위한 기금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촉구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 교수는 특히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경우 은행이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에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으라고 독촉하는 경우 기업은 자금줄이 막혀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대출금리 인상이 대출공급 과열의 조절을 넘어 신용경색 현상 재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땅짚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쉽게 수익을 낸 은행들이 어려운 시기에 신용이 낮은 기업에 면제와 유예, 추가 대출이라는 키워드로 서민 고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윤을 창출한 것을 뭐라 할 순 없다. 그러나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대출 금리를 높여 쉽게 수익을 창출한 만큼, 금융지주들은 1분기 수익 호조의 쾌거만 외칠 때가 아니다.

은행연합회 측면에서 자발적으로 서민과 영세 기업을 위한 실효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다 같이 어려운 시기에 경쟁사 없이 국책사업으로 운영되는 '은행의 공적 책임 회피'에 대한 의구심을 종식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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