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피해 보전과 구조개선 등 후유증 대책 시급

대한민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43% 안팎으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독일(4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글로벌 시대에 무역 확대는 필요불가결하다. 올해 수출 규모는 6000억달러를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분쟁은 관세 공방을 넘어 기술 패권을 두고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역시 '쌍순환 전략'을 내걸고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전기차·배터리 등 산업이 역내에서 공급망을 갖추도록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신흥국은 또 어떤가. 인도는 '자립 인도'를 기치로 제조업 육성에 주력하고,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는 이미 중국에 이은 차세대 제조업 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지금까지의 산업 생산 방식에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수출에 도전 요인인 동시에 우리 수출의 미래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현실이기에 우리나라가 15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하기로 공식 결정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하겠다. CPTPP에 가입하면 교역·투자 측면에서 시장이 다변화되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CPTPP는 당초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나머지 11개 국가가 20181230일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11개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다.

CPTPP는 무역 규모가 2019년 기준 세계 무역의 15.2%(57천억달러)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FTA. CPTPP 회원국은 한국의 수출과 수입의 23.2%, 24.8%를 각각 차지하는 등 한국 교역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수출 확대와 이에 따른 국내 생산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연구원은 15년간 연평균 69억달러(73211981억원) 규모의 순수출 증가와 함께 1180018200억원 규모의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 해당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 누적 인정' 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회원국의 중간재 사용 시 원산지 충족이 용이해 아태 지역의 역내 공급망 강화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년 4월 중에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CPTPP에는 지난해 영국(2), 중국(9), 대만(9), 에콰도르(12) 등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가입 신청을 했다. 향후 거대 경제권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통상 전략적 측면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시장 개방 수준이 높고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이 회원국으로 포함돼 있기에 농수산물 수입 확대에 따른 농수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 분야 경제적타당성검토에서 15년간 연평균 853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파악했다. 수산업도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부터 어류와 갑각류 수입이 증가하면서 15년간 연평균 69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 이런 이유로 농어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CPTPP 가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충분한 피해 보전과 함께 피해 품목 경쟁력 제고, 국내 수요 기반 확충, 구조개선, 생활 여건 향상 등 종합적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시장 확대를 통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모범 국가이다. 전환기적 지경학 환경 속에서 또 다른 '메가 FTA' 등 우리의 선택 기준은 오로지 국익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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