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납부 시기 늦추거나 면탈, 납세 의무 잠탈 우려

헌법재판소가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분양대금 등을 대부분 납부한 상태라면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분양대금 등을 대부분 납부한 상태라면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분양대금 등을 대부분 납부한 상태라면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지난 5일 헌재는 옛 지방세법 7조 2항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지난 2014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대전의 한 땅을 분양받았다. 분양대금은 약 14억6500만원이었고, A씨는 2016년까지 14억6400만원을 납부했으나 전체의 0.3%에 해당하는 440만원은 미납하고 있었다.

잔금 미납으로 등기를 마지치 않았던 A씨는 2018년 다른 이에게 14억5000만원에 토지를 양도했다.

그러자 대전 유성구청은 지방세법 7조 2항에 따라 A씨가 토지를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취득세 8100만원, 지방교육세 690만원, 농어촌특별세 34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자신이 토지를 취득한 적이 없는데 취득세가 부과됐다며 세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과 지방세법 조항에 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법 조항에서 ‘사실상 취득’의 뜻이 불명확해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지방세법 조항에서 말하는 ‘사실상 취득’이란 민법에 따른 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대금의 지급을 마쳐 매수인이 언제든지 소유권을 취득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등기 같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소유권을 사실상 취득하고도 소유권 이전 등기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음으로써 취득세 납부 시기를 무한정 늦추거나 전매해 취득세를 면탈하는 등 납세 의무를 잠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도 등기와 같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어도 전체 대금 중 잔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 등을 고려해 대금이 거의 지급됐다면 ‘사실상 취득’으로 봐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헌재는 “언제 ‘사실상 취득’했는지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법 조항이 다소 추상적인 조항을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맡긴 것을 불가피하다. 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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