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죽음의 제철소’라는 오명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 현대제철 별정직·무기계약직인 최모(57)씨 노동자는 이날 오전 5시 40분경 450~460도의 아연 액체가 담긴 포트(도금용 대형 용기)주변에서 도구를 이용해 아연부유물(드로스)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균형을 잃고 포트 안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최씨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는 평범한 50대 가장 이었다. 남은 가족들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될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이다. 

더욱이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은 당시 사고현장에는 추락을 막을 충분한 방호물이 설치되지 않았고, 사고 당시 폐쇠회로 영상에서는 고인이 혼자 작업해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사업주의 안전조치(추락방지조치)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사업주인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법 43조에 따라 포트에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호망, 덮개를 설치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업이 주로 포트의 후면과 측면에서 이뤄졌는데 후면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높이는 15cm로 추락 방지 용도라고 보기에는 낮다는 것이다. 법은 안전난간을 바닥으로부터 90cm 이상 지점까지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현대제철은 해당 공정의 10대 안전수칙의 하나로 도금포트 추락방지 조치를 명시하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 관리적 조치로 작업감시자를 배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공정에서는 일상적으로 오퍼레이터 1명과 재해자만이 별도 지휘통제 없이 작업을 수행해 왔다. 

현장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제어실에서 오퍼레이터가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오퍼레이터의 업무는 설비의 운전상황(가동속도, 온도 등)을 관리하는 것이며 CCTV 역시 이러한 설비운전업무를 위한 것으로 오퍼레이터가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현대제철은 포트(POT)작업이 추락으로 인한 중대재해의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감시자를 배정해야한다는 규칙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현대제철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현대제철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현대제철에서 각종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무려 30여명에 달한다. 

현대제철의 안전시스템이나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거나 이들 경영진의 약속이 일종의 여론희석용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특히 노동계에선 이번 사고가 위험의 외주화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유사한 공정에서 2014년 사내하청 노동자가 발목까지 포트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고, 2018년에도 외주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발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현대제철은 2020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금작업의 외주화가 금지되자 해당 공정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최씨도 도금생산1부 (별정직·무기계약직)으로 지난 2020년 1월 채용돼 그동안 일을 해왔다. 

도금작업은 원청이 직접 관리하도록 해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에 부여한다는 게 산업안전보건법 취지였지만 현대제철은 법망을 피하고 비용절감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별정직이라는 직군을 새로 만들어 위험 도금 공정에 투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는 핵심이유가 바로 ‘다단계 하청구조’와 ‘위험의 외주화’라는 것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대다수 사업주들은 여전히 비용과 이윤을 앞세워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제철 안전관리시스템의 뿌리에도 여전히 ‘이윤추구’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저지르는 중대재해, 노동자 살인은 자본의 탐욕 때문에 벌어진다. 안전보다 속도, 안전보다 효율, 안전보다 이윤, 노동자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이윤창출과 비용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버젓이 노동자를 죽이고 있는 ‘죽음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깨부수어야 한다. 또한 사고가 터지면 경영자가 재발 방지만 약속하고 제대로 된 처벌없이 지나갔다가 또 다시 악몽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좀 더 엄중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로 원청과 사업주의 직접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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