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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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좋은 정치 시스템이다. 민의 수렴을 전제로 존재한다. 반면 타락할 여지도 다분하다. 민주주의에선 다수가 원하면 정책이 되고,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파가 집권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적 뇌물을 일반 대중에게 뿌린다. 이른바 대중에게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populism)이 그것이다. 특히 선거는 인기 영합을 지렛대로 한, 유권자에 대한 허구적 충성맹세 경쟁으로 전락하곤 한다. 이처럼 국가 권력은 가장 싼 값에 선거라는 경매에 부쳐지고, 포퓰리즘은 국가 권력의 값을 떨어뜨린다.

 

국가부채 사상 최악 위험수위

 

나랏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관리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겠다.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가 본예산보다 169000억원 늘었다. 연초 편성된 16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때문이다. 올해 추경 이후 제시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인 708000억원은 전망치인 만큼 실제 결산 때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2021년에는 예상보다 61조원에 이르는 세금이 더 많이 걷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작년 대비 자산시장 열기가 식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경기 하강도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지난보다 큰 감소는 어렵다는 지적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후 추가로 추경을 편성하면 적자는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대선 후 추경 편성 등 추가 지출을 예고한 바 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현재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우려된다. 대선 후 실제 50조원 규모의 추가 추경이 편성된다면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120조원까지 치솟는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과 이듬해인 2021년 발생한 적자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이런 현실이기에 국가부채 경고음이 크게 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된 팽창재정으로 국가채무는 연초 추경으로 본예산의 10644000억원보다 113000억원 늘어 10757000억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6602000억 원이던 국가채무가 5년 만에 약 415조 원 불어나게 되는 셈이다.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의 50.0%에서 추경 후 50.1%0.1%p 상승했다. 대한민국 재정 운용 사상 가장 높은 위험수위다. 현 정부 출범 때만 해도 36% 수준이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외부충격에 취약한 실정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가 과열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경우 금리가 오르고 이를 따라 한국의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때 과도한 민간 및 정부 부채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건 불 보듯 훤하다.

국가와 기업은 조직이기에 경영의 기본원리가 다를 수 없다. 피터 드러커의 효과성효율성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효과성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이고,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이다. 효과적이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기업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된다. 하지만 정부는 도태되지는 않는다. 국가를 속으로 골병들게 한다. 국민의 삶만 피폐해진다. 그렇다. 정부 정책에서 최악의 조합은 세금을 마구 쓰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것이다.

 

다산 백성에 해로운 일 없애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생산성 극대화가 긴요하다.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혜안은 놀랍다. “백성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공사를 일으키는 일은 신중하게 아껴서 해야 한다.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니면 해서는 안 된다(力役之征 在所愼惜 非所以爲民興利者 不可爲也).” ‘목민심서에 밝힌 다산의 당부다. 백성의 이익 되는 일은 굳건히 추진하되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곧장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백성들이 정부를 믿고 따른다는 당부이다. 건전재정 기반 확충을 꾀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부채는 온전히 청년들과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이들에게 을 지우지 않도록 국민 혈세의 가치를 깨달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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