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지리-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
- 명상맨 김영수씨를 중심으로 조합에 등록된 사람들이 일정금액 모아 이끌어

마을공동체 모지리 본관 (사진=이주옥기자)
마을공동체 모지리 본관 (사진=이주옥기자)

경기도 부천 어느 작은 골목에는 모지리가 있다. 얼핏 들으면 오해할 만한 이름이다. 보통 모지리는 인지능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야무지지 않고 실수가 많은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정작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이라니 비로소 아하! 싶다. 그러면서 금세 친근하고 여유로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모지리는 부천 중동에서 최근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대부분 오래 되고 소박한 식당과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골목이다. 어쩌면 이런 뒷골목 분위기가 모지리가 둥지틀기에 만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모지리의 실체는 반전이었다. 우선 블랙 &화이트로 꾸며진 도시형 외관이었다. 조금은 무질서하고 낡은 골목에 자칫 이질적일 수 있는데도 의외로 골목 전체에 생기를 주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모지리 카페 앞에 우뚝 선 느티나무와 목련나무가 마을 어귀에 선 대장군과 여장군처럼 보여 그것이 모지리 본향이리라 싶었다.

모지리가 들어선 공간은 본래 허름한 차고였단다. 그랬던 곳이 때 빼고 광내니 어느새 골목을 압도한다. 입구에 붙은 소박한 간판, 그보다 더 작은 입간판이 소롯이 놓인 1층 카페에서는 바람 섞인 커피향이 유난히 훌훌하다.

지하엔 깔끔한 명상실 <마음휴게소>와 자그마한 스튜디오도 있다. 오후의 햇살이 머물던 뒷마당엔 각종 꽃과 장독대 그리고 상추까지 심어진 퓨전정원이다. 이 또한 그 공간에 맞춤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으로 활용할 것 같다.

모지리 전시회장 (사진=이주옥기자)
모지리 전시회장 (사진=이주옥기자)

모지리는 일종의 마을공통체로 조합 형식으로 운영된다. 그들을 아우르는 문지기 명상맨 김영수씨를 중심으로 조합에 등록된 사람들이 일정금액을 모아 마을을 이끌고 간다. 물론 이들 조합원에게는 특혜가 있다. 커피 값을 할인 받고 카페공간을 상시로 전시회나 세미나 장소로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동안 못그린 그림전을 비롯하여 물리학 박사이면서 휠체어 화가인 이준서씨, 그리고 전통 보자기와 도자기를 전공한 자매들이 이곳에서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또한 부천지역 문학 작가의 유튜브도 촬영하며 그 행보를 넓히고 있다. 그림도 있고 글이 자리를 잡았으니 또 무엇이 그 공간에서 빛을 발할지 자못 궁금하다.

욕심 없으나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지혜로운 사람의 마을로 자리매김 하는 곳이 모지리가 아닐까. 현재 모지리는 부천 송내 초등학교와 태양어린이공원 앞에서 그만의 색깔과 모습으로 단단한 터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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