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에서 일정기간 종사한 것만 증명되면 일정금액 지원 반드시 필요

공연기획사 대표이자 배우 김수로 씨(왼쪽) (사진=뉴시스)
공연기획사 대표이자 배우 김수로 씨(왼쪽) (사진=뉴시스)

[코리아데일리 이주옥 기자]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은 고질적이다. 예술은 주관적인 선택이 우선시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감수해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면 예술이라는 이름은 그저 구차할 따름이다. 3년 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을 흔들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한 것은 대체로 호불호가 갈리기에 그들의 행위와 의식이 경제적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다. 예술가나 작가들이 가난 때문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옛날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연극과 뮤지컬 등을 주로 제작하는 한 공연기획사가 수개월째 배우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예술가들의 현실이 또 한 번 수면위로 올랐다. 가뜩이나 많지 않은 임금인데 수개월 째 밀리기까지 했으니 그들의 고통은 극에 달았을 것이다. 물질이 절대적 우세를 뽐내는 시절에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더 이상 그들을 지키는 명분은 아니었다. 

  코로나 사태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잃었고 관객이 없는 무대의 주인공들 배고픔은 극한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획사는 그나마 한 달에 30여 개 정도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으니 배우들에게도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었을 터, 그들은 이제 임금 체불이라는 사태 앞에 대립하고 있다. 마음의 자유로움은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원료다. 생계를 위한 무대는 더 이상 예술이라는 이름 앞에 무색할 터. 그런 자괴감이 그들을 더 괴롭힐 지도 모른다. 공연 기획사 대표인 배우 김수로씨, 그리고 뮤지컬 배우 정영주씨는 이런 공연계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수로씨는 "살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공연하는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라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공연업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52억 6800만 원이다. 작년 하반기 매출액 1900억 1천만 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개막 편수도 작년 하반기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공연업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설 무대가 있었기에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공연은 무대에 서서 관객과 '대면'하는 것이 생명인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마저 불가능해졌다. 결국 그들은 무대 밖으로 나가 생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택배기사가 되고 음식점 배달원이 되고 대리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어디라고 호황이었겠는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도 형편은 매 한가지니 이마저도 불안의 연속이다. 

  프랑스에는 '엥떼르미땅' 제도가 있다. 이는 비정규직 공연영상예술인을 위한 실업급여 제도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기본적인 급여가 보장됐을 때 예술가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공연업계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화계의 침체나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 종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술은 엄연히 사회적 관계망에서 존립하기에 이제 국가는 그들이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직접'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기획사나 단체에 정책 사업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분야에서 일정기간 종사한 것만 증명되면 당사자들에게 원천 지원이 절실하다. 

  때때로 배고픈 예술가들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을 듣는다. 이에 부랴부랴 예술인 복지법을 개설하고 예술인복지재단을 만드는 등 자구책을 구하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예술가들은 영원히 비정규직, 계약직, 불안정한 서비스 노동자로 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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