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필

고금동서 지도자의 책무는 크고 무겁다. 공동체의 흥망(興亡)을 좌우한다.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하는 이유다. 지도자의 기본 책무는 무엇일까. 도덕성이다. 지도자가 작은 일이라도 공사 구분하지 못한 채 난잡하게 처신하면 주변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 보듯 훤하다.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명재상으로 일컫는 관중의 깊은 경륜이 묻어나는 말은 오늘에도 울림이 크다. 관자는 ‘근본을 가볍게 여기면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輕本傾國)’며 “근본과 말단이 분명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하다(本末昏迷社稷傾).”고 일찍이 경책한 바 있다.

 

■“나는 ‘바담 풍’, 너는 ‘바람 풍’ 해라”

지도자의 준법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법은 자유를 위해서 필요하다. ‘법 모르는 관리가 볼기로 위세 부린다’는 말이 있다. 실력 없고 일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우격다짐으로 일을 얼버무린다는 뜻이다. 요즘 법을 안 지킨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경제인, 법조인, 교육자들까지 그런 법을 어기고도 ‘그런 법이 어디 있냐’며 생떼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렇다. 나라가 다스려지고 임금이 존귀한 것은 법에 의거한 말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위법한 행위를 했는데도 봐준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가.

국민은 자신들을 대변해서 온갖 어려운 일들을 소신껏 능력을 발휘해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고 비싼 세금으로 지도자를 세운다. 하지만 백성의 열망은 온데간데없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서만 일하면 배척돼 마땅하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길은 단순명료하다.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올곧음, 곧 정의(正義)를 바로 세워야 함이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 저서에서 우리 사회에 더 합당하고 중요한 도덕적 가치들을 판단해 우리의 도덕(공동선)으로 만들자는 정치적 적극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경우는 없다. 지도자의 모범적 언행은 윤리지수가 상식적이어야 함을 뜻한다. 나아가 한 단계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이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본인이 살아오는 동안 스스로 만든 것이다. 진실함이 생명이다.

그러잖아도 자칭 ‘대장동 설계자’, ‘형수에 쌍욕’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결여 문제가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재직 당시 경기도청 공무원이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사적 용무에 동원됐다는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공무원들을 수족 부리듯 집안일을 시킨 것만 해도 국민의 분노를 사는 일인데, 경기도 법인카드로 개인 식료품을 결제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도청 공무원이었던 A씨는 이 후보 측근인 별정직 5급 공무원 배 모씨의 지시를 받고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옷장 정리 등 이 후보 가족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도(道) 회계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개인 카드로 소고깃값을 선결제한 뒤 이튿날 이를 취소하고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을 썼다"고도 했다.

약 대리 처방 의혹 해명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김혜경 씨가 A씨를 통해 폐경 증상 치료제를 대리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배씨는 “그 약은 김씨가 아니라 내가 복용한 것”이라고 나섰는데, ‘배씨는 최근까지 난임 치료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장동 설계와 법인카드’ 비위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혜경 씨는 “공과 사를 가리지 못했다.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력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 역시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다. 비서실 직원과 부인의 이러한 잘못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무능·무책임하거나 비위(非違)에 둔감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혜경 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는 배씨는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어떤 직무를 맡았고, 법인카드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됐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 후보 부부의 진정성 없는 사과 몇 마디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공직기강과 대선 후보 및 가족의 도덕성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수사와 사법적 단죄가 불가피하다. 지도자, 그것도 한 국가를 이끌겠다는 최고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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