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정치권은 3·9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밥상머리 민심’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대선 후보는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민심잡기에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권재창출, 야당은 정권교체를 각각 내세우며 이슈 선점에 주력했다.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3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까지 참여한 4자 토론이 있었다. 후보들은 자유 주제, 외교·안보, 일자리·성장 등 세 분야로 나눠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12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후보들의 국정운영 능력과 자질 등을 속속들이 알기엔 부족했다. 1인당 질문·답변 시간은 주제별로 5분, 7분씩으로 나뉘어 총 26분에 불과했다. 번번이 말이 끊기고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전해주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앞으로 남은 이런 다자토론 세 차례로는 부족하다. 기계적인 균형에서 벗어나 양자 끝장토론 등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줬으면 한다.

특히 이후로는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설 민심에 기반한 토론이 되길 기대한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파악한 설 민심은 ‘국민의 삶이 어려우니 정치를 제대로 하라’였다. 정치권이 설 연휴 이후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야 할 분야가 민생 경제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2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금 나라 경제는 말이 아니다. 주요 실물 경제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들은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빚으로 살다보니 1900조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다. 설사가상 미국과 한국 등은 금리 인상 시기다.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된 3차례(0.75%p)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9조6000억원 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코로나 여파로 소득이 줄어든 가계에는 이중 고통이 될 게 불 보듯 훤해 여간 큰 걱정이 아니다. 게다가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한 한계기업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폭발과 기업 파산을 부를 수 있다.

국가부채도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47.9%로 OECD 평균보다는 낮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OECD 회원국 14개국 중에선 한국이 여섯 번째로 높다. 비기축통화국의 국가 평균 부채비율은 우리보다 조금 높은 50%대다. 그나마 2026년엔 66.7%까지 치솟아 두 번째로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무작정 빚을 늘릴 수 없다. 빚이 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채권금리와 환율이 치솟아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서민 생활은 팍팍해졌다. 정부는 올해 3.1% 성장을 전망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은 어렵다고 본다. 더 암울한 건 올해부터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분석이다. OECD는 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203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봤다. 2010~2020년 연평균 2.53%를 기록해 OECD 38개국 중 10위였던 한국 경제가 2030~2040년에는 0.69%로 35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이런 현실에서 여야 후보는 수십조에서 수백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표 앞에서 원칙도, 소신도 없다. 무차별적인 포퓰리즘 경쟁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캄캄한 터널 속에 갇힌 한국 경제의 현주소다. 아무리 정권 획득이라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정치권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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