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3살인 허버드는 대회 최고령 역도선수로 여성부 87kg급에 출전할 예정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성전환(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다는 소식이 스포츠계에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됐다. 뉴질랜드에서 역도 부문 남자 선수로 활약하다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로렐 허버드(43)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결국 여자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이색적인 소식이 흥미로우면서도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는 지난 6월 21일 5명의 도쿄 올림픽 역도 국가대표팀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성전환 수술을 해 여성이 된 허버드가 포함돼 자격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성전환 수술을 한 허버드는 여성부 87kg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올해 43살인 허버드는 대회 최고령 역도선수이기도 해 이런저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허버드는 원래 뉴질랜드 남자 역도선수였다. 그는 2013년도까지 뉴질랜드 남자부 역도 경기에 출전해왔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고민을 했다. 역도보다는 근본적인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35세 되던 해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후 여자 역도 선수로 복귀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는 남자 선수일 때 총 중량 300㎏까지 들어 올렸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여자 선수로 전환한 뒤로는 270~280㎏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 호르몬이 사람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어 이 부분에도 흥미를 유발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처음 허용했다.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지만, 실질적인 예는 없었다. IOC는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조건을 없애고 호르몬 수치를 새로운 조건으로 추가했다. 조건은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려면 첫 대회 직전 최소 12개월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ℓ(혈액 1ℓ당 10 나노몰. 나노는 10억 분의 1) 이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 지침을 통과한 허버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기만 하다. 허버드 역시 성전환 수술 후 일정 기간이 지나 IOC가 제시한 호르몬 기준 수치 이하를 기록해 그에 도쿄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로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일각에선 그의 여성으로의 출전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반발도 있다. 그중 벨기에의 여자 역도선수 안나 반 벨링헨의 의견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내가 말하려는 것은 허버드 선수의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언뜻 생각해도 그녀의 의견은 과한 것이 아니고 특히나 같은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신중한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안나 반 벨링헨은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부터 35세까지 20년 넘게 남성의 호르몬 체계를 가졌던 사람이 여성들과 경쟁하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여성 전환자의 출전에 이유 있는 항변을 했다.

반면 당사국인 뉴질랜드는 허버드의 출전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 역도 대표팀의 코치는 “남자가 여자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허버드는 모든 것을 걸고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일에는 많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IOC의 지침을 지키고 이론상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출전인 만큼 선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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