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법, 원주민이라면 시민권 없어도 추방안해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영국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원주민이라면 외국 시민권자더라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추방당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혈통이지만 외국 시민권자인 두 남성이 범죄를 저지른 후 호주 비자가 취소되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각각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호주로 이주한 브렌던 톰스와 대니얼 러브는 폭행죄로 징역형을 산 이력이 있다.

이들은 모두 호주 영주권자이며, 부모 중 1명이 호주 사람이고 자녀들은 호주 시민권자다. 다만 본인들은 호주 시민권이 없다.

호주 정부는 징역 1년 형 이상을 받은 외국인은 호주에 거주하면서 일할 수 없다는 법에 따라 이들의 비자를 2018년에 취소했다.

하지만 두 남성의 변호인은 애보리진 혈통이 있는 이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애보리진들은 호주 영토와 문화적, 역사적, 정신적으로 특별하게 연결돼있다"며 "이 점은 그들의 전통 법에 중요한 요소이며, 보통법으로도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특성 때문에 애보리진을 법적으로 외국인으로 분류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번 판결은 호주 원주민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남성의 변호인인 클레어 깁스는 "이번 사건의 의미는 애보리진들의 출생지와는 무관하게 추방으로부터 보호받으리라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호주 정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호주 시민법에 따른 시민도 아니고, 비 시민도 아닌 새로운 법적 범주가 생겨났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현재 호주에서는 애보리진을 포함한 원주민이 전체 인구의 약 3%를 차지한다. 약 4만7천년 간 호주 대륙에서 거주한 애보리진들은 유럽 이민자들이 영토를 지배한 이후 지속적으로 차별받아왔다. 

이들은 평균 수명, 문맹률, 취업률 등이 일반 국민과 비교해 떨어지며 헌법에도 이들의 지위가 명시돼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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