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것은 1993년도 부터이다. 외국인 연수생은 우리나라 공장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지만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배경이 됐다. 노동운동 단체와 진보 진영은 꾸준히 이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2004년 8월부터는 외국인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3법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근로제와 같은 노동법을 적용받게 됐다는 뜻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 인력은 E-9 비자 제조업 분야 기준으로 매년 4만5000명 정도(재입국자 포함)가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데 농업 건설업 등을 합하면 연 5만6000명 정도다.

E-9 비자는 체류기간이 3년인데 재고용 신청을 하면 1년10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성실근로자는 중소기업에서 요청하면 일시 출국 후 다시 3년+1년10개월간 근무할 수 있다. 최장 10년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일시 출국 후 귀국할 때까지 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들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원칙적으로는 기업을 옮길 수 없다

 E-9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는 근무하는 기업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3년 동안 직장을 옮길 수 없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유에서는 이동이 허용되는데 체류기간중 최대 3회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경우

▷휴·폐업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폭행 등 인권침해, 임금 체불, 근로조건 저하 등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의 취소 또는 고용제한 조치가 행해진 경우

▷상해 등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이 같은 사업자 이동의 자유가 없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노동운동 단체는 이동의 자유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오히려 이동의 자유를 더 막아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 제조기업은 대도시와 동떨어진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이 중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으로 불리는 이른바 '뿌리산업'에 속한 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기피하는 일자리다. 3D이기 때문에 기피하는데, 지방에서도 외곽에 있으니 더욱더 일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반드시 숙소도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데 이들이 일터를 자유롭게 옮기게 되면 당초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2019년 1분기 기준 자료를 보면 제조업 중기에서도 어떤 지역은 원하는 만큼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내국인도 기피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마저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충남은 미충원율(외국인 구인 인원 대비 미채용 인원 비율)이 21.5%에 달하고 경북도 14.8%로 매우 높다. 경기가 8.9%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도 기피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은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가 태업을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이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을 할 때가 많은데 이럴 경우 사업자 변경에 합의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기업을 옮길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은 약 40만명이다.

그런데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을 옮길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바로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39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 3개월 이상 머무르는 상주 외국인이 132만명인데 불법체류자가 39만명이라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적별 통계는 2018년 기준 35만명 가운데 태국 국적이 약 14만명, 중국 7만명, 베트남 4만명, 몽골 1만5000명, 필리핀 1만3000명 정도다.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태국과 우리나라가 서로 비자 면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을 여행할 때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태국인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비자 없이 90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이 90일을 넘어 체류하면 자동으로 불법체류자가 되는데 불법체류자는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시장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에 발생한 화재로 숨진 태국인 3명도 모두 불법체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국내에 많은 것은 틀림없이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몰래 채용하는 중소기업도 꽤 있다. 불법체류자가 보기에도 처음 지정된 기업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최저임금은 못 받아도 초과근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불법체류 신분으로 이탈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70%가 월 200만원 이상 번다

법무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E-9 비자 보유자의 26%가 평균 100만~150만원의 월 소득을 얻고 있는데 63%가 200만~300만원의 월 소득을 얻고 10.9%는 3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74%가 최소 월 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E-9 비자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중소기업이 내국인 노동자 구인 활동을 하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때에만 고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는다.

E-9 비자 보유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지만 H-2 비자 보유자와 불법체류자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H-2 비자 보유자는 모든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일할 수 있고, 서비스업 중에서는 분뇨 처리업, 원료 재생업, 도매업, 소매업, 육상 여객 운송업, 여관업, 음식점업, 청소업, 사회복지 서비스업, 자동차 수리, 목욕탕, 세탁업, 개인 간병 서비스업 등에서 종사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라면 사실 어느 업종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내국인 노동자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의미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로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인상돼야 할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다. 두 번째로 내국인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뤄져야 할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중소기업이 그럴 수 있는 자금상 여력이 있는지와는 별개 문제다.

정리해보면 외국인 상주 인구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우리 국민 대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중 중소기업 요구로 정해지는 E-9 비자 보유자가 26만명, 재외동포가 단순노무 등에서 종사할 수 있는 H-2 비자 보유자가 20만명인데 이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제조업, 농업, 건설업, 식당 서빙업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39만명 정도로 집계되는 불법체류자도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분야에서 일할 내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내국인 노동자를 선호할 이유가 커졌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해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