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떠나지 않는다" 평교수로 돌아온 이국종

 

[코리아데일리=홍이수기자] 지난해 12월 중순 해군 훈련을 떠났던 이국종 교수는 지난달 중순 돌아왔지만, 훈련 파견 기간이 지난달 말까지라 그동안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그사이 낸 보직 사임서가 수리됐고, 이 교수는 오늘(5일) 훈련 파견을 마치고 처음 출근했다. 외상센터장이 아닌 외상외과 평교수로서 출근한 것이다.

이 교수는 출근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며 센터장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출근 하루 전날인 어제(4일) KBS와의 통화에서도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외상센터에서 진료는 계속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직장이니까 조금씩 있는 동안에는 (진료를) 해야겠지만 어떻게든 바꿔봐야죠. 전공 같은 것도 좀…"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직 사임서를 낸 이후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서는 진료와 수술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교수로 남아있는 이상 진료 등을 하지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교수가 전공을 바꾼다는 말까지 꺼낸 것은 그만큼 심경이 복잡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이 교수가 외상센터장에서 물러났지만, 외상센터의 진료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 이 교수와 수년째 손발을 맞추며 진료 시스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는 의사 3명,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된 중증외상 특화센터에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2010년 8월 중증외상 특성화센터장으로 임명됐고, 2011년 1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아주대병원은 경기도와 협력해 중증외상 환자의 신속한 처치 및 이송을 위한 '중증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일명 석해균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2년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탈락했고, 이 교수가 나서 권역외상센터 지정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꾸준히 재지정 건의를 한 끝에 2013년 지정을 받았다.

2016년 아주대병원에는 지하 2층, 지상 6층에 전체면적 1만 944㎡ 규모로 중환자실 40병상 등 100병상을 갖춘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가 문을 열었다.

외상센터장을 맡은 이 교수는 2017년 총상을 입고 북한을 탈출한 '귀순 병사' 오청성 씨를 살려내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어려움을 사회에 알려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데 앞장섰고, 병원에 맞서 외상센터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이렇게 외상센터의 리더이자 살림꾼이었던 이 교수가 물러났기 때문에 외상센터의 발전 방안을 만들고 실행하는 부분 등에서는 빈자리가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외상센터 의료진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장 자리에서만 물러났을 뿐 병원을 아예 떠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외상센터를 이끌었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교수의 사임은 외상센터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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