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맛"이 가져다 준 "복"(福)이 아니라 악(惡)

시장 상인이 야생동물을 손질하고 있다.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중국어로 박쥐를  ‘볜푸(蝙蝠)’라 부른다. ‘푸(蝠)’가 복(福)의 중국어 발음 ‘푸’와 같아 박쥐 모양의 상징물은 행복을 의미한다. 특히 ‘볜푸(蝙蝠)’는 ‘복을 널리 퍼뜨린다’는 ‘볜푸(遍福)’의 뜻으로도 쓰인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볜푸’가 2020년 새해 중국을 상갓집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가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石正麗)팀이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신형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96%의 상동성을 보인다는 거다. 박쥐를 행복의 상징으로만 여기지 않고 이를 잡아먹는 오랜 식습관이 재앙을 불렀다는 이야기다. ‘야생의 맛(野味)’을 즐기다 ‘야생의 역습’을 당한 셈이다.

 

 
중국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의 교훈을  깡그리 잊었다. 전 세계에서 8098명이 감염돼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게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경우다. 하긴 사스 사태 3년 뒤인 2006년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중국 16개 도시 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0%가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뜨고 볼수 없는 시장의 악렬한 환경

중국에서 야생동물을 먹는다는 ‘츠예웨이(吃野味)’란 말엔 신분 과시용의 우쭐함이 배어 있다. 옛날엔 먹을 게 없어 야생동물을 잡았지만 시대가 흐르며 돈 있는 자가 보신을 위해 또는 새로운 걸 탐하는 식도락 차원에서 ‘예웨이(野味)’를 찾게 됐다.

이번 우한 폐렴의 진앙지인 화난(華南) 수산시장 동쪽에 자리한 상점 ‘대중(大衆)목축야생동물’의 차림표에 등장하는 동물만 42종에 달한다. 사스를 옮긴 사향고양이는 물론 오소리, 공작, 기러기 등을 바로 현장에서 도살·냉동해 집까지 배달한다고 광고한다.
 
중국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중난산(鍾南山)박사가 계속 경고해 왔지만, 기상천외의 식도락이 바뀌지 않고선 언젠가 터질 일이었던 셈이다. 중국 저장(浙江)대 법학교수 첸예팡(錢葉芳)은 야생동물 소비 저변에 깔린 중국인의 얄팍한 속내를 질타한다. 그는 “동물 방역에 대한 법률의식이나 동물 보호의식이 천박하고 우매하기 이를 데 없다”며 “야생동물을 먹는 게 몸보신을 위해서라 말하지만 실제론 허영으로, 일종의 특권을 드러내는 신분 상징처럼 쓰인다”고 비난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우한폐렴"을 '악마"라고 표현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페염 전염방제업무를 가강하여 인민군중의 생명과 신체건강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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