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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약을 감기약으로 처방 ...어린이 '실명 위기까지'
홍이숙 기자  |  hys83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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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8  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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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약을 감기약으로 처방 ...어린이 '실명 위기까지'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동북부 지린 성의 한 6살 여자아이가 감기 증세로 지역 어린이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의사 처방을 받고 귀가한 아이의 상태가 그날 밤 더 악화 되었다. 약을 먹고 나서 저녁에 자다 일어난 아이의 눈이 멍해 있었고 헛소리도 하기도 했다.

열이 내리지 않아 그런 거로 생각한 부모는 그날 밤을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이튿날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 다른 병원을 부랴부랴 찾은 부모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의사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묻는 말에  어린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보여줬더니 의사가 보자마자 이건 열감기 치료 약이 아니라 간질 치료 약이라고 했다.

이미 간질약을 감기약인 줄 알고 18알이나 먹은 뒤였다. 그날 밤 아이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다리도 맥이 다 풀렸다고 했다.  상태는 더 나빠졌다.

   
병원과 의사들은 변명하기에 바쁘다

약 처방은 잘못하지만…. "의사가 신(神)이 아니잖아요"

다음 날 첫 처방을 받은 어린이 전문병원을 다시 찾아간 부모가 어떻게 된 일인지 따졌다. 처방전을 본 담당 의사는 '감기약'과 '간질약' 코드 번호가 비슷해 일어난 일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환자와 가족에게도 사과했다.

병원 측은 위로금으로 1만 위안(168만 원)을 내놓겠다고 부모에게 제안했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의 말이 부모를 또 화나게 했다.

"의사도 신이 아니고 사람이에요. 의사 일은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차랑 부딪힐 가능성이 있어요. 의사가 약을 잘못 처방했다고 의사 일을 그만두라고 할 순 없어요. 그럼 병원에 의사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이 사건은 중대 의료사고는 아닙니다. 별거 아니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보고해야 할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 "작은 병원도 아니고 어린이 전문병원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병원에 묻고 싶습니다. 그럼 어떤 잘못이 중대 사고에 해당합니까?" 등의 댓글을 올리며 병원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8일 이 사건을 자세히 전하며 아이 감기 증세가 나아 지난 6일 퇴원했고, 아이 눈 상태도 좋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의사에겐 병원에서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가짜 DPT 백신 사건' 교훈?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가 이 문제를 이처럼 신속하게 처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것일까? 중국 보건당국은 앞서 잊지 못할 의료사고를 겪었다. 2년 전 발생한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가짜 백신 사건이다.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파상풍은 예방 접종을 하면 막을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생후 2개월 아이 때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백신을 중국 2대 백신 기업인 창성 바이오가 가짜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중국 보건당국의 조사로 뒤늦게 드러났는데, 이미 36만 명의 아이들이 이 가짜 백신을 접종한 상태였다. 후유증으로 사망하거나 전신마비 증세를 보이는 아이까지 생겨났다.

들끓는 민심은 중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중국공산당 타도하자'는 벽보가 나붙고, 피해 어린이 부모들이 베이징 보건당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NS로 당국에 대한 성토가 넘쳐나고, 관련 사실을 중국 국영 방송사 CCTV에서 인터뷰했던 보건당국 고위 공무원은 '명품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퇴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사태가 전개되자 리커창 총리가 "이번 일은 인간의 도덕적 한계를 깬 사건"이라며 "전 인민에게 반드시 명백히 설명하고,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해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창성 바이오 대표 등 15명이 구속됐고, 91억 1,203만 위안(1조 5,37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됐다.

비록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일방주의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는 있지만, 중국공산당이 중국 인민의 신뢰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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