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호통 판사’로 불리는 천종호(56)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사법 사상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법관은 천 판사가 유일하다.

천 판사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부산가정법원에서 부산지법으로 발령받으나 소외되고 무시되는 아이들의 편에 서겠다며 앞으로의 계획과 이번 인사와 관련해 소회를 남겼다.

천종호 판사는 ‘예기치 않은 길을 나서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년재판전문가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인사로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천 판사는 "소년재판을 계속하려고 부산가정법원에 잔류하거나 울산가정법원 등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신청했으나 희망과는 달리 신청하지도 않았던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났다"며 “이로 인해 소년재판을 떠나게 됐고 언제 다시 복귀할지는 기약할수 없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인사발령을 접하고 나니 가슴이 아파오고 슬픔이 밀려와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또한 “낮에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밤에는 잠 한숨 못 잔 채 뜬눈으로 일주일을 지새웠다”며 “8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이들을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삶의 기쁨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법관 퇴직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적으로 약속했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다시 약속했다"며 "소년보호재판만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면 승진도 영예도 필요 없었다. 그런데 약속을 이제 지킬 수가 없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년보호재판에 대해 천종호 판사는 "2010년 2월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었다.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며 "인력부족으로 소년보호재판이 3주에 한 번 열리면 100여 명의 아이들을 재판하는 이른바 '컵라면 재판'이 연출되고 있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천 판사는 소년법에 대해 "소년법의 목적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을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사실을 확정하고 형을 정해 선고하는 것만으로는 소년법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가 없다. 그것을 넘어 건전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소년법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년보호재판이 나아갈 길에 대해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는 소년보호재판은 소년의 품행과 환경을 둘러싼 깊은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때로는 엄정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처분을 내리고,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앞으로 소년보호재판을 하는 분께 이런 마음으로 재판에 임해주기를 감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천 판사는 “8년째 소년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머리 숙여 감사하고 앞으로도 소통의 끈을 끊지 않고 아이들 편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천 판사는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송치)을 많이 선고했으나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끌어안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소년범의 대부', '호통판사' 등의 호칭으로 불리면서 비행 청소년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평을 받으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전국 20곳에 이르는 비행 청소년을 돌보는 대안 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천 판사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등의 책을 펴내면서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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