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500m 금메달을 노렸던 에이스 최민정(20 · 성남시청)이 실격처리 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았다.

최민정은 13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42초569를 찍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간발의 차로 뒤졌다. 날 들이밀기로 경합한 가운데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폰타나에 불과 22cm 차이였다. 처음에는 최민정이 은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사상 첫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500m 은메달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처음 나온 값진 성과였다. 최민정도 손을 흔들며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화답했다. 하지만 잠시 뒤 경기장이 술렁거렸다. 최민정에게 페널티가 주어져 은메달조차 잃게 된 것.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결과 최민정의 임페딩 반칙을 내리면서 4위로 처졌던 킴 부탱(캐나다)이 구제를 받아 동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부탱은 팀 동료와 펄쩍 뛰며 기뻐했다.

최 선수가 캐나다의 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충돌이 일었다. 최 선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버텼지만 부탱은 속도가 줄어 4위까지 밀려났다. 심판진은 최민정이 부탱에 반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심판은 최 선수가 부탱을 아웃코스로 추월하며 왼쪽 팔을 집어넣으며 진로를 방해했다고 봤다. 경기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실격' 판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최 선수뿐 아니라 부탱도 손을 써 최 선수를 밀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선수는 중심을 잃을 뻔했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공식적으로 최민정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서 임페딩 반칙을 줬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규정에 임페딩은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앞서 심판진은 여자 500m 결선이 벌어지기 하루 전 팀 미팅을 통해 판정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바깥쪽에서 추월하는 선수가 앞서가는 선수와 부딪히면 과감하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원칙을 정했다. 추월하는 선수가 앞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즉 추월을 당하는 과정에서의 부탱의 행동보다 추월하는 최 선수의 잘못이 더 크다고 봤다. 최 선수는 부탱을 추월한 직후 아리아나 폰타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도 한번 더 충돌을 겪었지만, 직접적인 실격 원인은 부탱과의 충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정은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송사와 먼저 인터뷰할 땐 울먹이긴 했으나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 인터넷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대회 전 말했듯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결승에 올라가서 후회없이 경기했다.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셨는데…”라며 아이스아레나를 찾은 팬들에게 미안해했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히 (최민정이) 나가면서 건드린 부분도 있다"며 판정에 수용할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며 최민정을 위로했다. 최민정은 오는 17일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한편 킴 부탱은 언론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캐나다 언론 CBC에 따르면 킴 부탱은 경기 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며 기뻐했다. 아직 1000m와 1500m, 그리고 캐나다 팀 동료들과 3000m계주 출전이 남은 것에 대해 “매우 좋은 시작이며 이런 모습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킴 부탱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정말 행복하다. 열심히 했고 내가 자랑스럽다. 시작이 좋다"면서 감격을 표했다. 다만 최민정과 접촉이 있는 등 전반적인 레이스에 대해선 "경기 상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안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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