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감동의 레이스를 마친 후 노선영은 희미한 웃음 속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떠난 동생 노진규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레이스였기 때문이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출전해 1분58초75를 기록, 최종 14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권에서는 다소 먼 기록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 가장 좋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노선영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출전을 위해 한창 훈련 중이던 노선영은 지난달 22일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인해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ISU 규정상 단체전인 팀추월에 나가려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이 규정을 잘못 해석했다.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있다는 소식에 개인 종목 출전권보다는 팀 추월에만 집중했던 노선영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500m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은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 등 러시아 선수 2명이 출전명단에 빠지면서 다시 올림픽에 뛸 기회를 잡았다. 노선영은 이틀간 고심했다. 퇴출 통보를 받고 단단히 화가 난 노선영은 “다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고도 선언했었다.

노선영은 고심 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선영이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와의 약속 때문이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0m, 1500m, 3000m에서 1위를 차지한 노진규는 김동성과 안현수의 뒤를 잇는 쇼트트랙 스타였다. 하지만 4년 전 소치 대회를 앞두고 골육종 판정을 받았고,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22세에 올림픽 출전 꿈이 좌절됐다. 그리고 노진규는 긴 투병 끝에 2016년 3월, 24살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에게 평창 대회는 자신의 4번째 올림픽 무대다. 2014년 소치 대회 후 은퇴하려 했지만, 동생 노진규가 "평창올림픽에 꼭 함께 나가자”는 말에 은퇴를 미뤘다. 노선영은 그간 인터뷰에서 동생을 생각하며 고된 훈련을 버텼다고 했다.

경기를 마친 뒤 믹스드존 다수언론과 인터뷰에 임한 노선영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비록 기록이 엄청 만족스럽진 않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했기에 후련하다”면서 씩 웃었다. 다시 평창 올림픽 출전을 마음먹게 된 이유를 묻자 노선영은 “이번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4년을 준비했는데, 그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아울러 아마도 내 선수생활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아서,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내 스스로에게 미련이 남지 않도록 ‘이정도면 됐어’라고 납득이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생인 노진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노선영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딱히 해주고 싶은 말은 없지만, 동생도 하늘에서 보며 제 레이스를 만족스러워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올림픽 출전에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노선영은 인터뷰 막바지에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작은 울림이 생길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라는 프라이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레이스가 네 번의 올림픽 레이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올림픽을 네 번이나 출전했다는 것에 스스로 프라이드를 느끼긴 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몰라주셔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노선영에겐 이젠 현역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 19일 팀 추월 경기가 남았다. 김보름, 박지우와 호흡을 맞추는 팀추월은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 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노선영은 “팀추월은 3명이서 하는 경기니까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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