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최영미(57) 시인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낱낱이 폭로했다.

최 시인은 이날 '뉴스룸'에서 "잡지사로부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와 관련 당사자로 실명이 언급된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례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당사자로 지목된 시인의 반응에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문단 내에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제가 등단할 무렵에는 일상화 되어 있었다. 19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그정도 였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특히 거칠게 거절하면 그들은 복수한다. 그들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메이저 잡지에 회의를 하면서 그 여성문인에게 시 청탁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집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 생매장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다.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그런 일이 몇 해 반복되면 그녀는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거절한 요구가 한 두 개가 아니고 한 두 문인이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젊을 때 문단 술자리에서 나에게 성희롱, 성추행 한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 그런 문화를 방조하고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복수한다면 그들은 한두 명이 아니고 아주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발로 시작된 '미투'(Me Too·성폭력 피해고발) 확산으로 최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 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 (우리끼리 있을 때)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벨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벨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한편, 트위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는 최근 이 시 전문과 함께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까지 1천400여회나 리트윗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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