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l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중국 연구진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25일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치환(somatic cell nuclear transfer·SCNT) 기법으로 긴꼬리 원숭이과인 마카크원숭이 2마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SCNT는 핵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시켜 유전자(DNA)가 동일한 동물을 얻는 기술이다. 1996년 7월 영국 연구진이 만든 최초 복제양 ‘돌리’도 이 기술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양과 개, 돼지 등 23종의 동물이 복제된 바 있지만 인간과 같은 영장류(靈長類·고도로 발달한 대뇌반구를 가진 포유동물) 복제가 성공한 사례는 처음이다.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뒤 세계 연구진들은 SCNT 방법으로 영장류 복제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원숭이 복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단계인 ‘배반포기’까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모두 실패했다.

CAS 연구진은 복제 수정란을 만들 때부터 실제 수정란에 최대한 가까운 형태로 제작했다. 즉, 핵을 제거한 원숭이 난자에 넣을 체세포 핵을 원숭이 성체가 아닌 태아로부터 얻어 넣었던 것.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어른 세포보다는 태아 세포가 복제 성공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S 연구진에 따르면 어른 원숭이 체세포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복제한 새끼 원숭이는 태어나 불과 수 시간 만에 숨졌다.

연구진은 또 여러 화학물질을 이용해 복제 수정란이 배반포까지 잘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총 109개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었고, 이를 21마리의 원숭이 대리모에 나눠 착상시켰다. 6마리의 대리모가 임신했고 이 중 2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새끼 원숭이 2마리는 체세포를 제공한 태아와 유전적으로 일치했다.

이에 이번 원숭이 복제 연구는 지금까지 동물복제 중 가장 획기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계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복제 원숭이가 보급되면 뇌질환과 암, 면역계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연구에서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셀’(Cell) 또한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중국 연구진의 이번 연구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다수의 원숭이를 활용하는 생명연구 분야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CAS 연구진은 “복제 원숭이는 암과 뇌 질환 등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 예방·치료 신약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숭이와 사람의 유전자 차이는 약 4%로 매우 비슷하다. 침팬지의 경우 1% 정도다. 이처럼 영장류는 인간과 유전적 차이가 적어 어느 동물보다 치료제 효능을 입증하는 실험에 적합하다.

연구진은 현재 생후 6주, 8주인 두 새끼 원숭이에게 중국인을 뜻하는 ‘중화’(Zhonghua·中華)에서 한 글자씩을 따 ‘중중’(Zhong Zhong)과 ‘화화’(Hua Hua)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이 수십만 마리의 원숭이를 확보하고, 영장류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대해 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가 영장류 실험을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실험용 원숭이 확보와 연구에서 가장 공격적인 나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실험용 원숭이 생산의 90%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이 최초로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건 일찌감치 실험용 원숭이 확보에 많은 재원을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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