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2013년 8월 16일부터 출고된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그 이전에 출고된 차와 다른 게 한 가지 있다.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 시속 110km 이상 달릴 수 없다는 점이다. 국산차든 수입차든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예외 없다. 같은 그랜드 스타렉스라도 9인승엔 이 제한이 없지만 11인승 모델엔 시속 110km 제한이 있다는 얘기다. 그랜드 카니발이나 코란도 투리스모 등의 승합차도 마찬가지다. 9인승엔 없고 11인승에만 있다.

속도제한장치는 중앙제어장치(ECU)에 속도제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장착된다. 시속 110km에 도달하면 ECU는 엔진에 연료가 더 이상 분사되지 않게 제어한다. 이 때문에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도 속도는 시속 110km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단, 긴 내리막길에선 관성에 의해 시속 110km를 살짝 넘기도 한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및 사망자가 생기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속도제한장치는 1995년 버스나 화물차 같은 대형차에 처음 장착되기 시작했다. 현재 버스는 시속 110km, 총중량 3.5톤 이상의 화물차는 시속 90km 이상 달릴 수 없도록 만들어진다. 2013년 8월 16일(출고 기준)부터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도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고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속도제한장치를 달 경우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약 30%까지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연비는 약 3~11% 향상되고, 타이어, 브레이크, 엔진 등 정비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10인승 이하를 ‘승용차’, 11인승 이상은 ‘승합차’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1명 이상 탈 수 있는 차가 모두 적용 대상이다. 대표적인 차종으로는 그랜드 스타렉스 11·12인승, 그랜드 카니발 11인승, 코란도 투리스모 11인승이 있고, 보다 많은 승객이 타는 쏠라티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도 해당된다.

캠핑카나 리무진처럼 내부가 특수목적으로 개조돼 11명이 탈 수 없더라도(시트가 11개가 안되어도) 법적으로는 똑같이 ‘승합차’로 분류된다. 이들 역시 최고속도가 시속 110km로 제한된다. 단, 응급 및 구난 목적의 구급차와 소방차는 예외다.

화물차의 경우, 총중량(공차중량에 최대적재중량을 포함한 무게)이 3.5톤 이상인 차에 시속 90km 속도 제한 장치가 붙는다. 따라서 총중량 3.5톤 미만의 렉스턴 스포츠를 비롯해 포터, 봉고 등의 1톤 트럭에도 속도 제한 장치는 없다.

유럽,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 도로와 교통 여건에 따라 속도제한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저마다 제한 속도는 다르지만 버스와 화물차는 물론 승합차도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 선진국들은 운전자 개인행동의 자유보다는 대형사고가 났을 때 인명과 재산보호를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튜닝업체를 통해 속도제한장치를 임의로 해제하고 운행한다는 것이다. 전국을 돌며 속도제한을 해제시켜 주고 돈을 받는 ‘보따리상’들이 매년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자동차 정기검사를 매년 시행하고 있으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보지 않고서는 이를 적발하기 힘들다”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차주와 운전자 역시 형사 처벌 규정을 마련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11인승 승합차에 속도제한장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쟁점은 승용차로 분류되는 9인승과의 차별 문제로 모아진다. 9인승과 11인승은 기본적으로 같은 차체를 쓰는데, 9인승 승용차는 과속해도 괜찮고, 11인승 승합차가 과속하면 위험하냐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과속의 위험성은 인정하지만, 고속도로 교통 흐름상 불가피하게 추월을 해야 하거나 속도를 내는 것이 안전한 경우도 있으니 시속 130km로 완화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한 청원인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승합차는 승용차가 누리지 못하는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자동차세는 1년에 불과 6만5,000원(영업용은 25,000원)이다. 또한 여섯 명 이상 탔을 때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 혜택이 있는 만큼 제약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속도제한장치 장착 의무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지나친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속도제한장치 불법 개조를 방지하기 위해 벌칙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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