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만남 제안을 두고 미국 정부 내 혼란이 연출되고 있다. 백악관이 조건없는 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다. 북핵 정책에 대한 틸러슨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차를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을 통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전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비핵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과는 다소 배치된다. 노어트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이 새 (대북) 정책을 만들지 않았다. 외교가 최우선이라는 우리의 정책엔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의 행동이 변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대화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국무부의 정책은 백악관과 같은 선상에 있다"면서 틸러슨과 백악관간 엇박자를 봉합하려 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토론회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하길 원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처음 나온 ‘비핵화’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이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가 돼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이 점에서는 현실적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낮추는데 동의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틸러슨 장관의 외교적 해법의 개막”이라 평하고, CNN도 “북한을 향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초대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같은 틸러슨의 발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틸러슨 장관 발언 직후,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는 성명을 내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틸러슨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나왔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틸러슨의 발언을 반박했을지언정 북미 대화 채널 개통 가능성이 높아진 건 확실해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 즈음에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 적절한 명분이 되는데다 통상 겨울엔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잠잠해지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틸러슨 장관과 백악관의 입장차는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혼선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대화와 협상 여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NSC와 실무 부서인 국무부 장관 사이에 혼선이 있다는 것이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모호성은 억지력을 향상시키지만 혼선은 그것을 망친다. 이것은 혼선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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