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박지영 기자]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 등에 빚을 진 채무자 빚탕감을 위해 신규 기구를 만든다. 부실채권을 사들인다는 점에서는 ‘제2의 국민행복기금’ 격이지만 오로지 상환이 어려운 채권소각을 위해서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다르다. 이와 함께 기존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도 대폭 개선한다. 대부업 추심 규제도 강화한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의 일환이다.

▲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29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에는 빚을 갚기 어려운 이들의 ‘부실채권’을 사고 팔아 금융회사들이 ‘돈벌이’를 하지 말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금융사가 상환능력을 제대로 보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는, 정작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해당채권을 대부ㆍ추심업체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은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의 장기소액연체자 중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보유한 83만명과 민간 금융사ㆍ대부업체ㆍ금융공공기관의 76만명 등 총 159만명에 대한 추심중단ㆍ채권소각 등 채무조정 방안이 골자다. 국민행복기금 밖의 장기소액연체 채권 정리를 위해 내년 2월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

 

신규 기구는 국민행복기금 외 장기소액연체자 76만명 중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의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게 된다. 재원은 ‘금융권 출연금’과 시민ㆍ사회단체 기부금이다. 금융권 출연금은 국민행복기금이 가진 약정채권(차주가 상환을 약속한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후 얻은 대금이 주된 대상이다.

 

현재는 국민행복기금이 사들였던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캠코가 위탁 관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금융사에 사후 정산되는 구조다. 부실채권을 이미 ‘손실처리’한 금융사로선 ‘초과회수금’이다. 정부는 이 돈이 금융기관으로 가지 않고,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기금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금융위 이명순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금융사들이 국민행복기금의 채권자 또는 주주로 있으니 부실채권 매각대금을 자발적으로 출연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 보유 약정채권 등을 캠코에 일괄매각하고, 그 대금과 회수금을 서민금융 지원금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부실채권의 말단에 있는 대부업과 추심업체 규제도 강화한다. 장기연체 발생 원인이 금융사에서 대부ㆍ추심업체로 이어지는 부실채권 재매각 구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멸시효완성채권의 매각ㆍ추심을 금지하는 법제정이 내년 추진되고, 당장 1월부터는 업계자율로 부실채권의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제한한다. 내년 상반기 중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려 진입규제를 강화한다. 저축은행ㆍ여신전문회사의 대부업자 대출 문턱도 높일 예정이다. 대부업체의 신용회복위원회 신용회복협약 가입 의무도 강화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