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해 사경을 헤매는 북한군 병사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 수십 마리가 발견돼 북한군의 열악한 생활 실태를 짐작하게 했다.

15일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지난 13일 판문점을 통해 귀순하다 5차례 총격을 받은 북한 병사를 2차 수술하고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국종 교수는 수술을 마치고 열린 브리핑에서 “1차 수술에서 열었던 복부를 통해 손상된 조직은 절제하고 봉합까지 마쳤다”라며 “어느 정도 상태는 호전됐으나, 몸속에 기생충과 감염을 막기 위해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수술을 진행할 때 복강 내 분변과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여서 일반적인 외상환자에 비해 예후 불량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장뿐 아니라, 골반과 양팔, 다리에 있는 총상도 심각하다. 환자의 회복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수술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북한군 병사의 소장에서 최대 길이 27㎝에 달하는 기생충을 설명하며 “지금껏 국내 환자에서 볼 수 없는 수준의 기생충이 많이 발견됐다. 기생충은 총상 이후 상처로 들어간 것이 아닌 원래 병사의 몸속에 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차 수술을 통해 몸 안에 있는 탄두 1개를 제거했으며 다른 탄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관련 조사는 군 당국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생충이 발견된 귀순 병사의 키와 몸무게도 각각 170㎝와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 길이 또한 1m60㎝로 한국 남성의 평균치인 2m에 비교해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짧은 소장 길이로 인해 소화 기능이 온전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장에서 발견된 음식물이 변에 가깝게 굳어 있었는데 섭식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고 실제로 영양상태도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에 의한 질환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개도국 저소득계층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감염성 질환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기생충이 창궐할 당시 기생충박멸협회(현 건강관리협회)를 창설,기생충 퇴치에 나섰다. 이에 기생충 감염률은 1971년 84.3%에서 2004년 4.3%로 크게 떨어져 기생충 박멸의 모범 국가로 꼽히고 있다.

한편 환자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져 있으며 생명유지장치를 통해 기계호흡을 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와 염증을 약화하는 약물 등에 의한 치료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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